솔직히 말해보자. 현 정부 임기말, 대통령도 힘을 잃는 시점이다. 하물며 정부부처 장관은 어떠랴.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지식경제부만은 예외다. 얼마전 취임 1주년을 맞은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레임덕’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처지다.
당장 다음달부터 3개월 동안 이어지는 동절기, 평상시처럼 전력대책을 짰다가는 강제 정전이 예약된 상황이다. 국가 비상사태다.
지경부는 당장 동절기용으로 새로운 전기요금제를 마련하고 있고, 마른 걸레를 쥐어짜내듯 관련 아이디어를 결집하고 있다. 잇따라 터지는 원자력발전소 고장 릴레이는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
지경부 주도로 유통업계 상생방안을 논의하려 만든 유통산업발전협의회는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상인연합회의 탈퇴로 출범 닷새 만에 사실상 해체 위기에 처했다.
찾아보면 현안이 없는 부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가 밀려있는 부처도 현재는 지경부밖에 없다.
하지만 홍 장관은 지금 국내에 없다. 19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 수행차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향했다. UAE는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한 1호 국가로 의미가 깊다. 그래도 출장이 너무 잦다.
올 들어서만 2월과 3, 5월 등 홍 장관의 UAE행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번에는 예정 부지 기공식 참석 때문이었고, 이번에는 본공사 착공식 참석이라고 한다. 지경부 내 원전 관련 실무총책임을 당당하는 국ㆍ과장까지 장관 수행차 함께 UAE로 갔다.
짐작컨대 홍 장관과 지경부 공무원은 출장을 가면서도 찜찜했을 것이다. 국내 상황이 어지러운 가운데 혹시라도 출장 중 국내에 고장이나 사고가 난다면 저 멀리 중동땅에서 말 그대로 ‘악몽’을 꿔야 한다.
고위 공직자로서 임명권자의 임기 내 마지막 출장에 함께하며 해외에서의 승전보를 자축하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홍 장관만큼은 국내 상황에 집중하라며 이번 출장에서 ‘열외(列外)’시켜 줬다면 훨씬 보기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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