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는 ‘참척(慘慽)의 슬픔’. 그 고통의 크기와 무게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더구나 고속도로를 달리던 택시에서 딸이 떨어져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라면…
기자는 지난 23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대동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을 달리던 택시에서 떨어져 숨진 A(25) 씨의 부친인 B (58ㆍ정형외과 전문의)씨와 만나 사고 경위 등을 들었다.
B 씨는 “딸이 택시에서 떨어진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딸이 택시에서 뛰어내릴 이유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딸과 사고 당일 오후 7시 30분에 서울 방이동에서 만나 함께 밥을 먹기로 했으며 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자살을 시도할 사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사고 현장에 도착했던 B 씨는 “사고 당시 사진과 사체를 살펴보니 자상이나 열상 등이 없었고, 혈흔 등을 보았을 때 살아있는 상태에서 택시에서 떨어진 것이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 동승자 없이 택시에 탑승한 것을 감안하면 누군가에 의해 살해돼 버려졌을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군에서 군의관으로 있는 동안 수많은 주검을 목도했다는 B 씨는 전문 의학지식외에도 풍부한 경험이 묻어나왔다.
B 씨는 사망 원인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왜 택시기사가 진술을 번복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특히 “택시의 뒷문이 열리면 계기판에 경고신호가 뜬다든지, 바람이 급작스레 들어온다든지, 소음이 커진다든지 한다며 달리는 택시안에서 사람이 밖으로 떨어졌는데도 이를 모르고 한 참을 달렸다는 주장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릴 높였다. 경찰 조사에서 택시기사는 “여성이 갑자기 뛰어 내렸다”고 진술한 이후 “승객이 떨어진 사실을 몰랐다”, “뒤따르는 차량에 사고 위험이 있어서 운전을 계속했다”라고 말하는 등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B 씨는 슬픔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사고가 나기 전 대전 터미널에서 전화가 왔는데, 딸이 지갑과 휴대폰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했다. 많이 피곤한 듯해서 택시를 대절해서 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버스 타고 오라고 할 걸 그랬어... 너무 맘이 아파...”라며 목이 메인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차량 택시는 26일 현재 국립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이 맡겨진 상태이다. 사고원인 분석에는 열흘 가량이 걸린다고 국립수사연구원 관계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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