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올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정작 평화롭지 않았다. 유럽연합(EU)에 돌아간 노벨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은 시상식까지 끊이지 않았다. 시상식장 밖에서는 반대시위가 벌어졌고, 식장 안에서는 불화가 노출됐다.
EU는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EU가 지난 60년간 유럽의 평화와 화해, 민주주의, 인권 향상에 기여한 점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수상 소감에서 최근 유럽재정위기와 그로 인한 분열 우려에 대해 “EU가 모두의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상징인 유로화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편치 않다. 지난 10월 EU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역대 최악의 노벨상’이란 자격논란부터 노벨상 선정시스템을 전면 검증해야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정위기로 남ㆍ북유럽 갈등의 골이 깊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장래도 불투명한 상황을 고려하면 노벨평화상 수상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EU 내부에서조차 자조섞인 비판이 터져나왔다. 경제난에 지친 유럽 곳곳에서는 분리독립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고, 유럽 선진국들은 남유럽의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구 4분의 1이 실업자 신세인 그리스와 스페인 국민들은 EU 수상소식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유럽 각국에서 연일 긴축정책에 대한 항의시위를 벌어지는 상황에서 평화상 수상은 아이러니라는 얘기다.
시상식 참석을 둘러싸고 EU 정상들의 분열상도 노출됐다. 이날 노벨상 시상식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초대받은 EU 회원국 정상들은 단상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영국· 체코·스웨덴 등 6개국 정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제위기로 불화를 겪는 EU에 대해 회의적인 이들은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즈먼드 투투 주교와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코리건매과이어, 아르헨티나의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은 노벨위원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EU는 노벨상 창설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평화의 챔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U가 노벨 평화상을 받고도 뒷맛이 씁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권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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