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1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2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수청의 뜻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예전에 높은 벼슬아치가 시키는 대로 심부름하는 일을 이르던 말이고, 또 하나는 녹사, 서리 등의 구실아치가 상관의 해당 관아에서 사무 보는 일을 지칭하던 말이기도 하다. 구실아치란… 조선 때, 관원 밑에서 일을 보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 뜻대로 풀이하자면 수청 들라는 말에 그다지 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청의 의미는 ‘19금’에 해당하는 라이브 쇼와 다름없었다.

“꽃님이, 귀요미… 뭐 하고 있는 게냐? 어서 수청을 들란 말이다. 딸꾹!”

“대감, 왜 자꾸만 오버하고 그러세요? 변강쇠도 아니면서… 둘 중에 한 명만 고르셔야지 둘 다 품고 계시면 어떡해요?”

“어허! 말이 많다. 얘는 귀여워서 좋고… 이 아이는 예뻐서 좋구먼. 이 와중에 어찌 한 명만 선택하라고 그래?”

“안 됩니다. 어서 한 명만 선택하세요. 대통령 선거도 한 명, 교육감 선거도 한 명만 뽑아야 한다는 걸 모르세요?”

“고뢔? 한꺼번에 둘은 안 되는 거야?”

“글쎄 안 된다고요.”

“그럼, 꽃님이는 오늘 밤에… 귀요미는 내일 새벽에 수청을 들도록 하게. 에헴털털!”

가관이었지만 더 이상 말릴 여력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유호성은 점점 더 취해가는 모양이었다. 와이셔츠는 단추가 풀려 앞가슴이 훤히 드러날 지경이었고, 반쯤 풀어진 넥타이는 개 꼬랑지처럼 덜렁거렸다. 그 뿐인가? 이미 머리통에 눌려 납작하게 찌그러진 호박 끈 갓은 아직도 등 뒤에 매달린 채 걸리적거리고 있었다.

“알겠사옵니다. 그럼 오늘 밤엔 꽃님이가 수청을 들도록 할게요. 자, 꽃님아. 이리 와서 대감께 절부터 올려라.”

유호성이 노는 꼴도 가관이었지만 돈 몇 푼 벌기 위해 응수하는 마담의 꼴도 가관이었다. 만백관이 품계에 맞춰 선채로 임금에게 절을 올리듯… 숙배라도 올리자는 것일까? 수청 들기에 앞서서? 그래도 화류계 생활 20년에 배운 가락은 있었던지라 마담은 큰 소리로 구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일~배!”

일 배, 그 다음에 몸을 곧게 펴는 평신의 순서로 이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꽃님이가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절대로 오늘 밤 수청을 들 수 없사옵니다. 몸은 비록 기방에 있지만… 마음은 일편단심이어야 하는데 새벽이면 마음 변해 귀요미를 찾아갈 양반에게 어찌 정을 줄 수 있겠사옵니까?”

어쭈? 마담과 꽃님이는 장단을 척척 맞추는 중이었다. 하지만 유호성은 이른바 대감이었다. 그것도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으니.

“에라 이 못된 것, 그럼 사약이라도 내릴까? 여봐라~ 코-드라이버 게 있느냐? 여기 따끈따끈한 사약 한 사발 대령해라.”

유호성은 문밖에 대고 호통을 질렀다. 아무래도 무척 취한 모양이었는데… 문제는 코-드라이버 권도일이야말로 정신이 말짱하더라는 사실이었다. 그 안하무인격인 호통소리를 도저히 한 귀로 흘려듣기 민망했다.

“내 저 녀석을 당장!”

권도일은 팔뚝을 걷어붙인 채 유호성이 대감놀이를 하는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 주먹에 요절을 낼 모양이었는데… 그것도 작전의 일환인지 재벌2세는 슬며시 웃음 짓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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