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시장이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 같이 들떠있다. ‘도둑들’, ‘광해’ 두편의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을 비롯해 올해 한국영화가 1억명시대를 열며 한국영화 역사상 신기록을 작성한 해이기도 하다. 또한 흥행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400만 관객을 넘긴 영화가 9편이나 된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이달 75%를 기록했으며,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와 영화인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한국영화 감독들과 배우들도 아이돌 그룹의 K-팝 못지 않게 빠르게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진일보 중이다. 이미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병헌이 ‘지.아이.조2’ 개봉을 앞두며 탄탄한 연기력과 핸섬한 외모로 할리우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은 아직은 냉소하고 불편함이 있는 아시아계 배우들을 보는

시선과 장벽을 이병헌이 깨고 활로를 개척하며, 전반적 프로세스를 바꾼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시아를 바라보는 할리우드 제작사, 연출가, 캐스팅 디렉터들의 인식이 바뀌어가면서 제2, 제3의 이병헌을 꿈꾸는 현실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할리우드에 노크를 한 첫 배우는 박중훈이다. ‘양들의 침묵’을 연출했던 조나단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던 박중훈은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며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에 밝은 전망을 줬다. 이후 가수 비 역시 ‘스피드 레이서’, ‘닌자 어쌔신’에 각각 출연하며 ‘피지컬 지니어스‘(physical genius)라는 극찬을 들었고, 할리우드 영화에 두번이나 주연으로 출연한 진기록도 갖고 있는 스타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는 큰 사슴 눈동자, 무표정한 이미지로 신비함을 더해주는 배두나다.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은 ’공기 인형‘, ’복수는 나의 것‘ 등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본 워쇼스키 감독의 초청에 의해 실현됐다. 전형적인 동양적 마스크와 야윈 체격, 감수성있는 연기가 할리우드 디렉터에게 상당부분 호소력으로 작용됐다는 후문이다.

배두나에 이어 박시연도 한미합작영화 ‘더 라스트 나이츠’(The Last Knights)에 캐스팅됐다. ‘더 라스트 나이츠’는 한국 영화산업의 해외 진출을 목표로 2011년 결성된 소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이 투자한 첫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미지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진정한 기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서사극이다. 할리우드 연기파 모건 프리먼과 호흡을 맞추며 2013년 하반기 북미 전역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동시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우들에 이어 ’달콤한 인생,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를 연출하며 다양한 장르의 범주와 드라마틱한 연출 스타일로 입지를 굳힌 김지운 감독도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라스트 스탠드’로 빅 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호홉을 맞췄다. 그동안 인디영화나 단편영화를 고집한 외국인 감독들과는 달리, 스타를 영입해 상업성과 더불어 할리우드 전매특허인 블록버스터 영화를 첫 작품으로 선택하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어 봉준호, 박찬욱 감독도 세계 영화시장을 아우르는 배급사와 계약을 맺고 K-시네마 열풍에 동참하는 중이다.

봉준호 감독은 미국 메이저 배급사인 와인스타인컴퍼니와 ‘설국열차’의 배급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미주 지역과 호주, 뉴질랜드 지역 배급을 맡는다. 내년 여름 공개될 ‘설국열차’는 특히 북남미 대규모 개봉을 추진한다. 한국 감독이 세계 시장을 겨냥해 연출한 영화로는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도 이십세기폭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내년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스토커’는 박 감독의 첫 영어 영화로 드라마와 심리 스릴러가 결합한 인물 중심의 스토리를 엮어 얽히고설킨 이야기로 풀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세계화·정보화 시대가 가져다 준 문화콘텐츠 변화의 흐름은 국익 차원에서 논의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으며, 한국의 경우 문화교류의 세계화는 ‘한류(韓流)’ 라는 단어로 정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POP을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사랑과 관심을 받는 이유는 작품성, 시각성 그리고 문화적 호기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류 수용 국가마다 선호 요인과 이용행태 등이 저마다 상이하게 나타나 국가별 특성을 면밀히 살펴 그에 맞는 효율적인 진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된다.

기실 국내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의 성공여부는 보는 관점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므로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의 커넥션은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스토커’ 등 한국감독 작품의 미국 현지 제작 및 배급 등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한국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증가는 할리우드와 한류 간 교류에 상당한 교두보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이호규 서울호서전문학교 언론홍보팀장

-문화예술학과 박사과정 -한국전문기자협회 전문위원 -미스코리아 경북 심사위원 -한국연기예술학회 정회원 -한국예술교육학회 정회원

이호규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hoseo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