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80%는 가족과 대화시간 1시간도 안돼…그나마도 공부 · 성적 얘기가 대부분
“저희 자식이기도 하지만 내 새끼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이에요.”
어찌 대통령 뿐이랴. 팽목항의 차디찬 바다로 자식을 보냈던 한 어머니의 절규가 대한민국 기성세대 모두를 ‘부모’로 불러냈다. 그래서 노란 리본이 아니고, 향로 앞의 하얀 국화가 아니고, 오늘 가슴에 달아야 하는 것이 카네이션이라는 사실에 더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무겁다. 무심하게 예쁜 분홍과 빨강이 차라리 잔인하다.
세월호 참사 23일째, 어버이날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그러나 어른들은 할 말을 잃었고, 아이들은 침묵한다. 팽목항의 비극은 어른과 아이들, 어버이와 자식들, 스승과 제자들 사이의 대화의 형식과 내용을 온전히 앗아갔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생 10명 중 8명은 하루 평균 가족과의 대화시간이 1시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절반은 30분 이하라고 답했다. 방과 후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30분 이하라고 답한 초등학생도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여성가족부가 조사발표한 ‘2012 청소년가치관조사’를 보면 남녀청소년들이 가족과 대화시 나누는 주제는 ‘공부ㆍ성적’이 전체의 29.1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진로’로 15.26%였다. 결국,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하루 몇 십분간 가족과 나누는 대화의 절반 정도를 학업이나 진로 문제에 쓰는 셈이다.
이 적나라한 어버이들의 ‘성적표’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속도와 효율을 지상명제로 삼아 부정과 비리, 편법을 서슴지 않고,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부도덕, 무능력으로 이룬 부와 권력이 ‘성공’으로 추앙되는 나라, 그 모델을 따라 ‘아버지의 무관심과 어머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나라의 ‘민낯’이 아닐까.
모든 대화의 형식과 내용이 무너진 어버이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새롭게 말거는 법, 새롭게 나누어야 할 이야기들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출발은 갈 길 잃고 혼란과 무기력에 빠진 이들이야말로 우리 어른들, 부모들이라는 사실에 대한 고백과 반성이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이 빠져나갈 뒷구멍을 찾는 동안 서로에게 손을 잡아준 우리 아이들은 부모세대들처럼 나약하지도, 비뚤어지지도, 비겁하지도 않다는 것을 죽음과 희생으로 증명하지 않았는가.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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