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익명기부 잇달아 훈훈

익명(匿名)의 기부가 잇달아 연말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7일 한 60대 남성이 기부 상담을 하겠다며 만남을 요청한 뒤 모금회 직원에게 1억2376만원이 적힌 수표와 함께 메모 한 장을 건넸다고 밝혔다. 메모에는 ‘소년, 소녀 세대주 가정에 사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은 이 남성에게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권유를 정중히 거절한 뒤 자리를 떴다. 이 남성은 지난 1월에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1억원의 수표를 내고 사라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전주에도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났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따르면 50~60대로 짐작되는 한 남성이 지난 27일 오후 전화를 걸어와 “(주민센터 앞 화단에 있는)‘얼굴 없는 천사 비’ 옆을 봐주세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달려가 보니 그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가 남긴 돈의 액수는 5만원권 지폐 5000만원과 돼지저금통에 담긴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 30만4600여원 등 모두 5030만4600원에 달했다. 성금이 놓여져 있던 ‘얼굴 없는 천사 비’는 전주시와 노송동 주민들이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두루 살펴볼 때 지난 12년간 찾아왔던 그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잊지 않고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이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2000년에 시작돼 13년 간 한결같이 이어졌다. 그는 성탄절을 전후해서 해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지금까지 모두 2억4000여만원을 기부했다.

전북 사랑의 열매도 27일 신분을 숨긴 채 4년째 거액을 기부해 온 노신사가 올해도 2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80대로 추정되는 이 노신사는 12년째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해왔다. 이 노신사는 전날 오전 10시께 전북 사랑의 열매 사무실을 방문해 1000만원짜리 수표 두 장을 건네고 홀연히 사라졌다.

김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