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돈도 세력도 없는 주제에 당 대표를 하겠다고 한다’. 누군가 비웃었다. 한선교 의원은 그래서 더욱 과감하게 당권 도전을 결심했다. 돈도 세력도 없어서, 4ㆍ13 총선 공천이 ‘산으로’ 갈 때도 끓어오르는 의기(義氣)를 억눌러야만 했다. 마음 한편에서 ‘나는 비겁한 사람’이라는 비애가 시도때도없이 배어 나왔다. “당의 파행으로 초래된 총선 참패가 박근혜 정권의 중간평가로 오인돼서는 안 된다”.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돈도 세력도 없는 ‘덕분에’ 누구에게도 빚을 질 일이 없었다. “당의 간판을 바꿔달고 원외인사와 여성을 적극 채용해 토양을 바꾸겠다” 는 그의 말에는 그래서 힘이 실렸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모두에게 당의 문을 열어 뜨겁고 감동적인 경선이 펼쳐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한 의원과의 일문일답.

-컷오프 없이 출마를 원하는 모든 후보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당내 세력 구도의 영향을 많이 받을 텐데, 어떻게 보나.

▶새누리당의 계파분포는 10여명의 강성 친(親박근혜)박, 그리고 60~70명의 온건 친박, 50~60명의 비(非박근혜)박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이때 비박은 ‘친박이 아닌’ 분들로 계파가 아닌 연합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영향을 많이 끼치기는 하지만 계파 보스도 없다. 이재오, 정두언 전 의원 등이 낙마하면서 친이(親이명박)도 없어졌다. 결국 10여명의 강성 친박만 계파 해체를 선언하면 우리 당이 무계파 정당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나머지 온건 친박과 비박도 반박(反박근혜)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두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바라고, 정책 철학에 공감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전당대회야말로 당의 건전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럼에도, 그 10%의 강성 친박이 자꾸만 대표 선수를 내세우려 한다.

▶글쎄, 과거에는 보수 세력이 군대식 ‘상명하복’으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특정 세력이) 초선 의원 등에게 어떤 지시를 내린다고 해서 그대로 움직이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소위 ‘친박 좌장’이라는 서청원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최고조였을 때 당 대표 경선에서 패배하지 않았었나. 특히 6명의 당 대표 후보가 모두 계파색이 강하지 않은 만큼, (이번 전당대회가) 새누리당이 무계파 정당으로 건전하게 발전하는 큰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서 의원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당 대표가 된다면 가장 중점을 두고 할 일은 무엇인가.

▶탕평이다. 강성 친박은 당직이나 공천 같은 특권을 휘두르며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그 결과 젊은 사무직 당직자 사이에도 계파가 생겼다. 줄 대는 사람은 승승장구하고, 줄 못 대는 사람은 묵묵히 일만 해야 하니까. 그런 것을 없애야지. 다행인 것은 이번 전당대회에 ‘단일지도체제’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총선 참패의 원인인 당 파행은 사실 2년 전 전당대회서부터 내재 돼 있었다. 2등 주자를 배출한 주류가 1등을 한 비주류 주자를 인정하지 않으니, 2등을 중심으로 주류가 뭉친다. 이제 당 대표를 따로 뽑고, 권한도 강화하기로 한 만큼, 자연스럽게 갈등이 없어지지 않을까. 최고위원 경선에도 몇몇 강성 친박이 출마하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원만한 인물이 다수다.

-재보궐선거와 대선도 큰 과제다. 어떤 혁신 방안, 승리 전략이 있나.

▶사람(후보)을 바꿔야 선거에서 승리한다. 나처럼 어느 계파에도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사람을 바꿀 수 있다. 누군가는 큰 캠프를 차려서 많은 사람을 몰고 다닌다. 부채 의식과 관계가 생길 수밖에. 새로운 세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원외인사를 적극 등용해 당의 토양을 골라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아깝게 패배한 원외인사들은, 조금만 힘을 실어주면 다시 당선될 수 있다. 그래서 당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에 원외인사를 임명할 방침이다. 여성 공천 30% 할당 규칙도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다. 그런 약속 하나하나를 모두 지켜야 원칙이 바로 선다. 대선을 위해서는 ‘대세론 없이 뜨겁게 경쟁하는’ 경선을 만들 방침이다. 미지근한 대세론은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우리 당에 오더라도 뜨겁게 경쟁해야 감동이 피어오르지. 또 누구나 우리 당에 들어와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도록 당의 문호를 개방하겠다.

-청와대와 당의 관계 재정립도 핵심이다. 이번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와 당ㆍ청 관계 복원 방안을 말해달라.

▶먼저 중간평가 부분에서는 박 대통령이 참 억울하리라 생각한다. 공천 파동ㆍ봉숭아 학당 논란 없이 선거를 치렀더라면 총선에서 160석까지는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의 파행 때문에 122석을 얻는데 그쳤고, 이것이 고스란히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오인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누구도 하기 어려운 ‘공무원 연금개혁’ 등 개혁 의제를 성취했다. 총선 결과로 정권의 중산 성적표를 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당ㆍ청은 ‘동지적 관계’를 복원해 마무리를 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모든 공약이 새누리당의 이름으로 나왔다. 당ㆍ청은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서비스발전법, 노동개혁 4법 등 법안ㆍ정책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헌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면.

▶차기 대선 후보가 공약을 통해 개헌 복안을 밝히고, 국민의 검증을 받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미 여야 의원 90% 이상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국회 차원의 연구도 상당수준 이뤄져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맞다고 본다. 그래야 대통령이 앞 4년은 재선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뒤 4년은 역사에 남을 개혁 의제를 이끄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우리 국민 정서와 맞지 않도. 공수처는 일단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수사 대상에 전직 대통령을 넣는다거나 하는 각론은 이제부터 여야가 모여서 논의해야 한다. 공수처가 불편부당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여야가 협상체를 만들어 논의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