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선발 데뷔전 오더지. 6번 타자 겸 중견수 정아름이 필자입니다.
생애 첫 선발 데뷔전 오더지. 6번 타자 겸 중견수 정아름이 필자입니다.
타격폼만 봐도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타격폼만 봐도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상대 4번 타자가 위풍당당하게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세 타석에서 2루타 2개로 멀티히트를 기록한 중심타자다. 배트가 힘차게 돌며 ‘캉’ 하는 파열음이 터졌다. 타구는 정직하게 중견수 방향, 즉 나에게 향했다. 머리 위로 날아오는 공이었기에 일단 무조건 뒤로 달려가 공을 기다렸다면 받을 수 있는 평범한 뜬공이었다. 그러나 순간 내 머릿속은 백지장이 됐다. 뒤늦게 공을 보며 쫓아갔지만 이미 늦었다. 2루수였던 동생의 ‘언니! 언니!’란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을 놓치고 말았다. 뼈아픈 실책 하나에다가 타석에서는 1타수 무안타 1삼진. 입단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신입의 데뷔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기에 매순간이 소위 말해 멘붕의 연속이었다. 굳이 변명을 대자면 사실 이렇게까지 빨리 선발로 경기를 치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정식 팀원이 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어깨 부상이 찾아왔다. 병명은 ‘회전근개 염증’. 올바른 자세로 던지지 않고 어깨 힘으로만 던지다보니 힘줄에 염증이 생겼단다. 의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은퇴를 종용했지만, 주사 및 물리치료로 어깨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 그리고 재활클리닉에서 부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근육량 부족’에 있음을 알게 됐다. 어깨 통증이 사라지기까지는 약 2주의 시간이 필요했다.초짜에게 부상은 절친인가 보다. 복귀 후 첫 연습에서 또 다시 부상의 마수에 발목이 잡혔다. 내야 수비 중계 연습을 하다가 날아오는 공에 맞아 턱이 찢어지고 말았다. 2.5cm 가량의 흉터보다 당장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뭘 좀 해보려고 하면 찾아오는 부상이 야속했다. 거의 한 달간 훈련다운 훈련을 하지 못한 상황. 실밥을 푸는 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실밥을 푼 지 일주일하고도 하루가 지난 7월 2일. 리그 경기를 위해 모인 인원은 나를 포함해 딱 9명이었다. 재활군에 속할 나까지 경기를 뛰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어깨 상태도 상태거니와 송구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일단 내야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중견수란다. 드넓은 외야에서 넓은 공간을 수비해야하기 때문에 빠른 발은 물론이거니와 지구력 또한 좋아야 하는 것이 중견수가 아니었던가.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많은 경기를 봐왔지만 정작 그라운드에 서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수비 및 주루코치를 맡아주신 언니가 시키는 대로 좌타자, 우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를 달리하고 좌익수, 우익수 수비 위치 및 타구 방향에 따라 백업, 2루 견제나 도루 저지 시에 백업에 나섰지만 서툴렀다. 땅볼이야 어떻게든 뛰어가서 잡거나 막는다 쳐도 뜬공은 거리 감각조차 없었다.

이런저런 아쉬움은 많았지만 어찌 첫술에 배부르랴. 큰 실책에도 불구하고 데뷔전은 외야수라는 포지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사실 투수로 마운드에 서고 싶은 욕심만 있었지 다른 포지션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직접 중견수로 경기에 나서보니, 여자야구에서 한 베이스를 덜 내주는 수비를 위해선 외야수의 활발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플레이로 팀에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아 저걸 놓쳐버렸네. 뒤에서 백업 들어왔을 테니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자’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멋진 일이 아닌가. 이러한 믿음들이 모여서 야수들이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고 마땅히 내줘야할 베이스만 내준다면 우리 팀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수비를, 아니 나를 믿고 던지라는 말을 투수에게 할 수가 없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해 안정감 있는 선수가 되어 날 믿고 던지라는 말을 수없이 내뱉는 것이 나의 목표다. 나의 야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W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