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오는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의 시행을 꼭 2개월 앞둔 지난 28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관례와 온정주의에 바탕한 한국 사회에 대대적인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는 전망이 앞다퉈 나왔다. 지인과 밥 한끼를 먹어도 처벌이 될 지도 모른다, 선물 하나 잘못받았다가 쇠고랑을 찰지도 모른다는 ‘괴담’ 수준의 우려도 쏟아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연일 김영란법 시행이 몰고올 혼돈과 공포를 마치 SF처럼 그려냈다. 마치 한국 사회가 김영란법 이전과 이후의 세상으로 나뉠 것 같은 분위기다. 정부당국과 언론은 ‘김영란법 사용설명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냈다.
상황이 마치 영국 감독 대니 보일의 공포스릴러 ‘28일 후’를 연상케한다. 이 작품은 ‘분노바이러스’가 퍼진 세상을 그렸다. 영화에 빗대자면 9월 28일 후 한국사회는 ‘청렴바이러스’가 퍼져 인간관계도 단절되고, 공무ㆍ언론ㆍ교육 업무도 마비될 듯하다.
김영란법이 몰고올 수 있는 부작용 중 가장 현실적이고 온당하게 우려되는 것은 물론 내수 위축 가능성이다. 그 중에서도 농축수산업계와 유통ㆍ외식 업계의 매출 하락 가능성은 수많은 기업과 종사자들의 생계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시행 후 필히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과 후속 보완ㆍ개정 입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 부정부패 근절과 청렴사회 지향이라는 법의 취지 자체를 흐트려뜨려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목소리도 높다. 내수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돼온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을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시행 후 부작용이 있다면 이를 최소화하고, 선의의 피해는 적극적으로 막는 대책이 필요하지 법 자체의 목적을 훼손하는 개악 움직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김영란법과 관련한 개정 논점은 크게 4가지로 꼽힌다. 금품 수수 대상에서 농축수산품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요구와 식사 3만원ㆍ선물 5만원ㆍ경조사비 10만원으로 상한액을 규정한 시행령 완화 및 수정, 국회의원 포함, 이해충돌방지법 신설 등이다.
이중 농축수산품 제외와 시행령 완화에 대해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과 심상정ㆍ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국회의원 포함과 이해충돌방지법 신설에 적극적이다.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추구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중 하나다. 농축수산업계나 유통업계를 제외하고, 일각에서 일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한 과잉된 불안과 공포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관행 또는 온정주의라는 이름으로 반칙이나 편법에 얼마나 둔감해왔는가를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과잉된 공포와 불안에 쫓겨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게 하다가는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처방까지도 그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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