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육아휴직 경험기도 아닙니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죠. 24개월 아이를 둔 30대 중반, 그저 이 시대 평범한 초보아빠입니다. 여전히 내 인생조차 확신 없으면서도 남편, 아버지로의 무게감에 때론 어른스레 마음을 다잡고, 또 때론 훌쩍 떠나고 싶은, 그저 이 시대 평범한 초보아빠입니다. 위로받고 싶습니다. 위로되고 싶습니다. 나만, 당신만 그렇지 않음을 공감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그런 뻔하디 뻔한 이야기입니다.>

한 유명 육아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 홀로 우는 아이를 토닥이는 연예인 아빠가 돌연 눈물을 터뜨린다. 그땐 내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었다. 배부른 아내와 함께 과일을 먹던 저녁이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웃으며 나눴던 그때의 대화. 몰랐다. 그게 내 모습이 될 줄은. 그로부터 반년 뒤, 그 장면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왜 우는지 알 수조차 없는 아이를 안고 어르고 달래던 그날 밤, 하필 그날따라 회사일이 너무나 버거웠던 그때, 순간 너무나 외로웠다. 아이도 아내도 미웠다. “나도 너무 힘들어.” 아내인지 아이인지, 혹은 나에게인지. 대상도 알 수 없이 그냥 외쳤다. 그리곤 눈물이 났다. 마구 울었다. 아내도 울었다. 아이도 울었다.

아빠는 부모는 마치 사춘기 같은 줄 알았다. 힘들겠지만 누구나 겪는, 그리고 누구나 이겨내는, 그래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 인정해야 했다. 아이만 처음이 아니다. 나도 아빠는 처음이다. 낯설었던 남편의 삶과는 또다른, 더 큰 낯섦이 내 인생에 들어왔음을.

부모교육에 참여했던 어느 날, 강사가 말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세요. 우린 모든 게 완벽할 수 없으니까요. 아이도 처음이지만, 엄마도 아빠도 처음이잖아요. 실수는 당연합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화를 낼 수 있어요. 처음이니까요. 그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해주세요. 아이도 부모를 이해해줄 거예요.”

아이만 크는 것이 아니라 했다. 아이가 크는 만큼 이제 막 시작한 아빠의 삶도 크는 것이라 했다. 걸음마를 떼고, 말을 시작하고, 혼자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아이가 하나 둘 성장하면서 아빠의 삶도 성장하는 것이라 했다.

24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초보아빠는 실수투성이다. “아 밥을 먹기 싫었구나. 아빠가 그걸 몰라줬구나. 그래도 규칙적으로 밥을 먹어야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단다. 한번 아빠랑 같이 먹어볼까?”

‘공감→이해→제안’이라는 아이와의 대화법은 세 번을 넘기기 힘들다. 밥을 뱉고, 숟가락을 던지는 순간, “됐어. 그만 먹어. 오늘은 간식도 없어!” 그래, 아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럼 또 시작한다. “아 주하가 우는구나. 아빠가 그걸 몰라줬구나. 그래도 그냥 울지만 말고 뭐가 서운했는지 한번 아빠랑 얘기해볼까?” 뭐, 이런 삶이다. 실수와 실수가 반복되는 그런 삶이다. 그래도 이젠 자책하지 않는다. 나도 아빠는 처음이니까.

아빠도 아이와 더 많은 순간을 공유하고 싶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아이의 하루하루는 마치 그 모든 게 오롯이 영화 같다. 모든 게 처음일 아이의 삶은 하나하나가 눈부시다. 매미가 그렇게 무서울 줄은, 먼지가 그렇게 신기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집에 들어가는 길, “여기서 P턴해야지?” 아내와 나눈 짧은 대화. 다음날 차를 타자마자 “삐떤, 삐떤”을 외치는 아이를 보면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아이가 커가는 게 아쉽기만 한 욕심, 그러면서도 어제와 오늘, 내 삶은 변화가 없다. 먹고 살아야 하며, 자고 일해야 한다. 그래도 이젠 자책하지 않는다. 부족한대로, 모자란대로, 실수하는대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한 친구가 카톡을 날렸다. ‘아이가 아빠를 낯설어 해.’ 야근이 일상이 된, 정시퇴근이 유별나게 된 그냥 그럴 수밖에없게 된 평범한 초보 부모의 삶이다. 그 친구는 자책했다. 당신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 마디 건냈다. ‘오늘은 퇴근하고 들어가서 아이한테 미안하다고 꼭 안아주자. 아이도 아빠를 이해할꺼야.’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카톡이 왔다. 아침부터 반가운 미담일까 괜히 기분이 좋다. ‘야근하고 들어갔더니 아이가 자고 있더라. 그래서 살짝 다가가 꼭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말했지. 그랬더니 아이가 깨서 울고불고, 아내한테 왜 안하던 짓을 하냐고 혼나고, 난리였다.’

아, 우리네 초보아빠는 오늘도 실수투성이다. 그래도 뭐 괜찮다. 우리도 뭐가 정답인지 찾아가는 중이니까. 아이처럼 넘어지고 실수하고 다시 일어서고, 그러면서 우리도 성큼성큼 걸어가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