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이른바 ‘김영란법’ 해당 부처들이 시행령 관련 조정안을 두고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면서 업계를 대변하는 데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산림청 등은 1일 오후 식사 및 선물 금액 기준가액 조정 등을 요구하는 의견을 각각 법제처에 전달했다. 농식품부의 경우 금품수수 상한액을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 경조사비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았다. 해수부는 식사 8만원ㆍ선물 10만원, 중기청은 식사ㆍ선물 8만원, 산림청은 선물 10만원 등의 상한액 조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각 부처가 가액 기준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농수산물의 현실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와 양해의 폭을 넓히기 보다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4개 부처는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합헌 결정 후 극심한 내수 침체에 농축수산물 소비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법제처에 공동으로 이의제기를 하기로 했다. 법제처는 정부 입법 과정에서 관계부처 간 법리적인 이견으로 입법이 지연되거나 부처 간 의견 통일이 필요한 경우 회의를 열어 이를 조정할 수 있다. 때문에 법제처 조정 요청 전에 각 부처가 통일된 안을 내는 것이 시행령 개정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관계 부처는 이를 외면한 채 각자 의견을 제출했다.
한 농민협회 관계자는 “우리를 대변해서 가격 조정을 요청하려면 그 전에 농업, 어업 등 각 업계의 의견을 조율한 뒤 합의된 정부입장을 내놓는 게 전략상 필요했다”며 “식시비용만 하더라도 사람은 같은데 서로 요구하는 폭이 서로 다르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부처들은 농수축산물 관련 음식, 선물 가격에 대한 업계의 상황과 입장이 각각 다른데다 공통된 안을 협의하려면 시간이 더 지체돼 각자 의견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각 부처 내 관련 업종,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다 달라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웠다”며 “국민권익위원회와의 조정도 필요해 무조건 높은 가격을 써 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략적으로 공통된 가격 조정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향후 각 부처,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해 단일안을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영란법에 따라 금품수수 상한액 기준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으로 정해져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법에 적시된 식사 금액 기준 3만원은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 물가가 40~50% 가량 급등해 5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농식품부 입장이다. 경조사비 10만원도 부조 10만원에 화환 10만원을 추가해 2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수부는 육우보다 회 등 수산물 가격이 더 높기 때문에 식사는 8만원, 선물은 전복, 굴비 등 최고급 제품 가격대의 70% 가량을 적용한 10만원대로 정했다. 중기청은 요식업계의 의견 7만7000원을 절충해 식사ㆍ선물 8만원, 산림청은 버섯ㆍ인삼 등의 선물 가격의 평균인 10만원을 각각 조정안으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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