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서상범 기자]지난 2일 북한 유일의 자동차 회사인 평화자동차가 내놓은 최신 모델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남북한 합작회사로 출발한 평화자동차는 2013년 운영권이 북측에 넘어간 이후로도 한동안 신규모델을 내놓지 않았는데요. 최근 해외 IT 전문 매체인 마셔블은 평화자동차의 최신모델 25종의 광고팜플랫을 공개해 화제가 됐었습니다.
북한 평화자동차의 휘파람
기사를 작성한 저의 의도는 북에서 팔리는 신형 자동차들의 소개, 그리고 그 자동차들이 독일의 폭스바겐, 기아자동차 등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점을 알리고자 함이었는데요. 그런데 기사가 나간 후 독자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반응은 사뭇 저의 의도와는 달랐습니다.
기사를 보신 분들께서 주신 의견은 평화자동차의 휘파람(준중형세단), 뻐꾸기(SUV) 등 우리말로 된 북한차량의 이름이 인상깊었다는 것이 대다수를 이뤘습니다.
특히 한국차들은 외국식 이름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우리말을 지키고 보전하려는 북한 측의 노력이 인상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실제 평화자동차는 소개드린 순 우리말 외에 한자어이긴 하지만 외색이 짙지 않은 준마(駿馬), 삼천리(三千里) 등의 모델도 있습니다.
북한 평화자동차의 SUV 모델 뻐꾸기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들은 어떨까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대로 현재 시판되는 90여대의 차량 중 한글 이름을 가진 차는 단 한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지난달 한글날을 맞아서도 여러 언론들이 지적하기도 한 부분인데요. 현재 국산차의 약 30% 가량이 영어이름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 등 라틴어 계열, 또는 외국 지명에서 빌려오는 경우가 절대다수를 차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물 이름도 모델명으로 사랑을 받는데요. 현대차의 아슬란(ASLAN)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하며 동시에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 등장하는 위엄있는 사자의 이름이기도 해 출시 당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출시 후 기대에 못미친 성적을 보이며 일부에서는 ‘아슬아슬’, ‘어슬렁’이라는 조롱섞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또 여기에 알파뉴메릭(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언어체계)가 모델명을 짓는 방식으로 떠오르면서 우리말로 된 자동차 이름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때문에 매년 한글날만 되면 자동차 업체들에 대해 우리말 지키기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사실 우리나라에도 순 우리말을 비롯한 한글로 된 자동차가 존재했던 시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의 맵시나(1983)인데요.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에서 1982년 ‘맵시’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이 차는 이후 대우차로 바뀌며 ‘맵시나’라는 이름을 달게 됩니다. 순 한글 이름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차는 그러나 판매에서는 신통치 않은 성적을 보이며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순 우리말 모델명을 가졌던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의 누비라
대우차가 1997년 만든 ‘누비라’ 역시 순한글로 된 차량입니다. 당시 세계 경영을 부르짖던 대우그룹의 모토를 담아,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차라는 슬로건을 달고 나왔죠.
또 쌍용차의 무쏘 역시 ‘코뿔소’를 뜻하는 순한글인 ‘무소’의 경음화 표현입니다. 강인한 차체와 성능과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이죠.
이외에도 삼성상용차(현 르노삼성)이 초창기 내놓은 야무진 역시 한글 이름 자동차로 꼽힙니다. 출시 초기엔 SV110(Samsung SV110)으로 판매되다 야무진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이 차는 삼성상용차 유일의 1톤 트럭이었습니다.
‘사람의 성질이나 행동, 생김새 따위가 빈틈이 없이 꽤 단단하고 굳세다’ 의미의 야무지다에서 파생한 이 차는 그러나, ‘야무지지’ 못한 이유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바로 1톤을 초과한 화물을 적재하면 바퀴가 빠지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경쟁차량들이 적재 용량을 다소 넘는 짐을 탑재해도 문제 없이 운행이 가능했지만 이 차는 딱 적재 용량만큼만 탑재가 가능해 운전자들의 외면을 받았죠.
물론 국산 자동차 업체들 역시 할 말은 있습니다. 바로 수출 및 마케팅 비용의 차원에서 영어 등 외래어를 사용해 단일 모델명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같은 이름도 국가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해 혼란을 방지하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특정 지역을 겨냥해 수출명을 달리하는 국산차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적어도 내수 시장에서는 우리말로 된 차들을 선보이는 것이 어떨까라는 의견도 적지않습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90년대 당시 자동차가 보급화되면서 일종의 사치재로 소비가 됐고, 때문에 우리말로 된 이름은 다소 ‘촌스럽다’라는 기조가 생겨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같다고 우리말 이름의 부재를 아쉬워했습니다.
내년 한글날에는 새롭게 등장한 한글 이름의 자동차를 기대해 볼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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