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젓가락 하실랭면’은 매주 토요일, 네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뙤약볕에 서서 오랜 시간 줄을 서도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먹을 생각에 힘을 내는 사람들을 대변하고자 합니다. 다만 어느 곳의 냉면이 제일이라고 설전을 벌이기보다, 이제 막 평양냉면에 입문한 이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와 지극히 주관적인 냉면 썰 그 어디쯤을 지향합니다.>

[HOOC=신보경 인턴기자] 지금까지 우래옥, 의정부계열, 장충동계열 등 1세대 평양냉면집을 맛보았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냉면 명가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아쉬운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아무튼 지난 연재로 평양냉면 기본기는 다져뒀으니 이제 독자노선을 선언한 평양냉면집들을 좇아보자. 이번 화에서 소개하려는 세 곳은 ‘2세대 냉면집’의 지평을 연 곳들이다.

▶이전기사 보기 ▷평냉역사의 산증인 ①우래옥 ▷장충동파 수장 ②평양면옥 ▷의정부파 수장 ③필동면옥

2세대 냉면집은 1세대과 비교하면 그 역사는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 하지만 이곳들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평양냉면계에 떠오르는 샛별로 꼽히는 진미평양냉면, 동무밥상, 배꼽집의 냉면 한 젓가락이 주는 슴슴한 맛이 어떻게 입안을 감돌았는지 몇 가지 ‘썰’을 풀겠다.

여기서 잠깐, 기본기를 다지는 데는 복습만이 살 길이다. 다음 사진 세 장에는 지금까지 연재를 통해 소개를 했던 각각의 평양냉면이 담겨 있다. 각 사진 속 냉면은 어느 냉면집의 냉면일까? 정답은 이 글의 말미에 있다. (독자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모니터 너머로 들린다고 믿고 있)

1) 의정부파, 장충동파 모두의 주방을 섭렵하다 - 진미평양냉면 2세대 냉면집의 대표 주자인 진미평양냉면은 의정부 평양냉면, 논현동 평양냉면의 주방장 출신인 임세권 사장이 지난 3월 차린 냉면집이다.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SNS을 통해 이곳의 냉면을 극찬한 뒤로 급속도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육수 한눈에 봐도 전반적으로 장충동파 냉면의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육수, 면, 고명 모두가 간결하고 깔끔하다. 맑고 투명한 육수는 육향이 부드럽게 올라오지만 첫맛이 다소 짰다. 육수에 면을 살살 풀어 육수와 면을 함께 들이켜면 짠 기운이 적절하게 중화되는데, 아무래도 밍밍한 면과 육수의 조화를 고려한 듯.

다른 냉면집에 비해 양이 다소 많았다. 덕분에 ‘완냉’하는 데에 살짝 어려움을 겪기도. 메밀면만의 거칠고 툭툭 끊어지는 느낌보다는 쫄깃함이 앞선 면발이었다.

고명 소고기 편육과 돼지고기 제육, 무김치와 오이절임, 파, 달걀 반쪽이 올라간다. 고명 역시 장충동파 냉면 고명과 유사한 구성으로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게 냉면과 어우러졌다.

별점 3.5점! 신생 점포임에도 고유의 개성이 약하다는 점, 고명으로 올라간 제육에서 다소 누린내가 느껴지는 점이 아쉬웠다.

-가격 냉면 10,000원 -위치 서울 강남구 학동로 305-3 -영업시간 11:00~21:00 연중무휴 -특징 냉면 명가 주방장 출신다운 탄탄한 기본기. 담백하고 속이 꽉 들어찬 만두 또한 별미인데, 만두와 함께 내주는 장이 매콤하면서 달달한 게 은근히 입맛을 당긴다.

  2) 정통 이북 랭면 한번 맛보시라우 - 동무밥상 탈북 요리사 윤종철 씨가 지난 4월부터 운영 중인 냉면집이다. 평양냉면의 원조로 꼽히는 북한의 옥류관 출신 요리사라는 그의 독특한 이력 덕분에 SNS 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짧게 덧붙이자면, 옥류관은 평양냉면 본고장의 맛이 궁금한 평양냉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만일 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평양에 가서 옥류관 평양냉면을 맛볼 예정이다)

동무밥상의 고기 고명은 별로... 내 마음속의 별로...☆

  육수 첫맛부터 동치미 국물의 시큼함이 혀끝에 강력하게 와 닿는다. 여느 평양냉면들과 다르지 않은 슴슴하고 옅은 육향을 음미해보는 것은 그 다음이다. 평양냉면 특유의 희끄무레한 맛 이전에 다가오는 동치미의 톡 쏘는 맛이 무더위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줬다. 육수 온도가 크게 낮지 않기 때문에 을밀대의 ‘슬러시 육수‘와 같은 짜릿한 맛을 기대하고 방문하면 실망할 수 있다.

다른 냉면집들에 비해 면발이 굵은 편이다. 이로 인해 육수와 면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 굵은 면발이 투박하게 씹히는 맛은 좋았지만 메밀향이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고명소고기 수육, 무김치, 배, 달걀 반쪽에 통들깨가 곁들여진다. 단출한 구성 속에 돋보였던 것은 통 들깨와 두툼한 수육 한 점이었다.

간간이 씹히며 그윽한 향을 내는 들깨도 특색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고기 고명이 만족스러웠다. 그간의 평양냉면 순례를 통틀어 고기 고명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천의 ‘삼도갈비’ 정도였는데, 이날의 취재로 인해 고기 고명에 한해서는 만족도 순위가 뒤바뀌었다. 두툼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수육은 (안타깝게도) 단 한 점뿐이지만 그 존재감이 상당했다.

동치미 국물의 시큼함보다는 육향이, 굵은 면발보다는 얇은 면발이 필자의 취향에 더 맞다. 하지만 두툼한 소고기 고명이 자꾸만 아른 거려 점수를 이 이상 박하게 줄 수가 없었다는 후문….

-가격 9,000원 -위치 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10 -영업시간 화~토요일 11:00~21:00, 일요일 11:00~16:30, 월요일 휴무 -특징 북한 옥류관 출신 요리사 윤종철 씨가 총괄하는 북한 음식 전문점. 정통 북한식 냉면을 표방하기 위해 냉면 이름도 ‘북한 냉면’으로 표기돼 있다. 객장 내에 테이블이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 수 있다.

3) 고급진 버전의 ‘육쌈냉면’을 즐기고 싶다면 - 배꼽집

벽제갈비와 봉피양 조리장 출신인 박규환 사장이 독립해 차린 고깃집이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한우를 취급하는 곳으로 이미 이름난 곳인데, 최근 가성비 좋은 평양냉면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육수 진미평양냉면에서 장충동파 평양냉면을 떠올렸듯이 이곳 냉면에서는 ‘봉피양’ 평양냉면을 대번에 떠올릴 수 있었다. 육수 역시 봉피양과 마찬가지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기본이 된다. 봉피양의 진하고 달달한 육수에 비해서는 다소 슴슴하지만 뒷맛이 더 깔끔하고 담백하다.

앞서 살펴보았던 냉면집에 비해 면발의 색이 어둡고 면발 곳곳에 검은색 점이 박혀있는 것이 보인다. 껍질을 완전히 도정하지 않은 메밀로 면을 뽑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면을 씹으면 씹을수록 메밀 특유의 향과 거칠고 투박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육수 온도에 맞추기 위해 면발이 차갑게 식혀 나온 것도 인상적이었다. 굳이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단일 식사메뉴로 분류된 것치고는 면의 양이 다소 적었던 것.

고명계란 지단이 빠져있을 뿐 봉피양과 거의 흡사한 구성이다. 정갈한 면발 위로 채 썬 배, 수육, 얼갈이 절임, 무 절임과 파가 살짝 올라있다. 새콤한 얼갈이와 무 절임이 냉면과 잘 어울린다. 앞서 방문했던 동무밥상에서 두툼한 고기 고명을 경험하고 온 터라 얇디얇은 사태 수육이 아쉬웠다.

가격대비 훌륭한 가성비의 평양냉면이었다.

  -가격 평양냉면 7,000원 -위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28길 22 -영업시간 10:00~22:00 연중무휴 -특징 가성비 최고의 평양냉면. 하지만 냉면 한 그릇만으로는 아쉽다. 가성비 좋은 한우로 먼저 유명해진 곳이니 꼭 고기와 함께 냉면을 즐겨보자.

  ‘한 젓가락 하실랭면’의 여러 순간  가장 뿌듯했던 한 젓가락 : 매 취재에 동행했던 선배가 더 이상 겨자와 식초를 찾지 않을 때

가장 놀랐던 한 젓가락 : 장충동 평양면옥에서 홀로 냉면 한 그릇에 만두 반 접시를 해치웠을 때 (이모, 포장은 됐어요….)

가장 아쉬웠던 한 젓가락 : ‘실제 평양에 있는 평양냉면을 먹으면 난 어떤 평가를 할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할 길이 없었을 때 (지금까지 소개한 어느 냉면에도 별점 만점을 줄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냉면 성애자’라는 별칭을 유행시킨 장본인인 가수 존박은 이런 말을 했었다. “냉면은 내 좌우명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고 하니 ‘자극적이지 않고 꾸준한 평양냉면처럼 자신도 꾸준히 가수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미란다. 좌우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본 연재를 시작하며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냉면처럼 담백하고 꾸준하게 살아야지. 1920년대 발간됐던 ‘별건곤’이라는 대중 잡지에 실렸던 냉면 예찬을 인용하며 짧고 굵었던 냉면 여정을 마무리 지어볼까 한다.

‘평양냉면의 이 맛을 못 본 이여! 상상이 어떻소!’ 무더위가 가시기 전에 꼭 평양냉면 ’한 젓가락’ 해보시길.

복습하기 정답 : 필동면옥 / 우래옥 / 장충동 평양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