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벽에 찾은 동대문 의류 도매 시장. 전국 각지와 해외 소매상들로 북적해야 할 시장은 한산했다. 상인들의 걱정스러운 눈빛과 한숨만 가득한 분위기였다. 동대문시장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지난달 계엄발표 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오던 지방거래처 사장님도 처음으로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DDP패션몰의 다른 상인은 “쌓여있는 겨울옷 세일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팔리지 않고 있다”며 “수백만원이 넘는 월세도 내지 못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급기야 DDP 상인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월세 인하를 요청하고 나섰다. 시장을 찾는 상인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동대문 상가에서 해외 제작 발주도 크게 줄면서 여파는 여기저기 번지고 있다. 동대문 시장 인근의 한 환전소 사장은 “영업을 접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지난달 갑작스러운 계엄발표 이후, 19일엔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밖으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가 시작됐다. 통상·대북 등 외교·경제 안보 과제가 눈앞에 산적하다. 취임식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국정 모토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은 불확실성속에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다.
한국의 국가 리더 공백은 크다. 경제는 동력을 잃고, 국민의 삶은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냉철하게 사안을 따져 대응할 때다. 대외적 변수는 외교·경제통상 라인을 최대한 가동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달인이다. 과정은 지난할 것이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나마 우리 안에서 조율이 가능한 국내 문제만큼은 파열음이 없어야 한다. 특히 민생과 경제가 핵심이다.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각종 재판 선고 등 사법리스크 속에 ‘대선시계’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다. 각각 민생·경제를 챙긴다면서도 포퓰리즘적인 법안만 주장하며 도리어 갈등만 키우고 있다.
여야는 국회에 계류 중인 주요 민생·경제 법안이라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멈춰 선 법안만 반도체 특별법과 국가전력망 확충법, 중소·중견기업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전통시장 카드사용 소득공제 확대 등 10여건이 넘는다.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관련된 법안들은 해외 국가들의 지원 속도와 경쟁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한시가 급하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법안도 고꾸라지는 경기지표에서 보듯 지체할 시간이 없다. 기업과 금융회사들은 올해 1%대 저성장 전망과 급등한 환율로 사업계획조차 못 세우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생존을 고민 중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당초보다 최대 0.3%포인트나 낮은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도 내리지 못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이 만만치 않다.
여야는 대선시계가 아니라 재깍재깍 조여오는 민생·경제 시계부터 살펴야 한다. 국민과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 영위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나라냐”는 비판이 “이게 국회냐”로 바뀔 지도 모른다. 민심은 국민의 삶을 내팽개치는 쪽이 아니라 살피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권남근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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