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등록된 구리, 니켈 등 비철금속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철광석 가격도 4% 상승했다. 영국의 신임총리와 일본총리의 재신임으로 경제부흥 기대심리가 높아졌다는 것이 전문기관의 분석이다. 이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진 모르지만 최근 5년간 최저점을 거듭 경신해온 광물가격의 반등을 기대하는 관측이 적지 않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광물가격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소비자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석유, 가스와 달리 광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쌀보다 많은 광물을 소비하며 살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440만t이었지만 철광석은 이의 17배인 7700만t을 니켈과 구리는 4배 가량인 1800만t과 1600만t을 각각 소비했다.
철광석, 유연탄 비철금속(니켈ㆍ아연ㆍ동ㆍ연ㆍ납ㆍ주석)과 같이 귀에 익숙한 광물도 있지만 일반인에게 생소한 광물도 있다. 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에 사용되는 핵심원료인 리튬이 그것이다. 삼파장 전구나 가전제품의 모터자석, 광학렌즈 등에 사용되는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의 란탄, 세륨, 디스프로슘 같은 희토류 광물도 있다. 이렇게 부르기도 쉽지 않은 이들은 희유금속이라는 광물에 해당된다. 인간 생명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처럼 첨단산업에서 최종산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여 희유금속을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는 주요 제조업에 들어가는 희유금속을 일본에서 가공된 형태로 수입해 오고 있다. 때문에 공급국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대일무역에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2007년 시작한 것이 광물공사의 희유금속 비축사업이다. 전쟁 등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전략적으로 광물을 비축하는 것이다. 총 10종의 희유금속에 대해 65%일치 사용분을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큰 중국이나 일본, 미국과 비교할 때 비축광물 수나 물량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지금은 저유가와 낮은 원자재가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국가, 인종, 종교간 갈등이 심화되는 이 때, 희유금속처럼 특수한 자원이 자국안보를 위한 무기로 둔갑할 가능성은 늘 열려있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매일 가격이 공시되어 거래되는 비철금속과는 달리 희유금속은 공급자가 한정되어 있어 수급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있었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분쟁을 떠올리면 광물로 인한 국가적 위기에 대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중국과 영토분쟁 중이던 일본은 중국어선을 포획하고 선장을 잡아 자국 내에 데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중국은 희토류 공급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출중단을 선언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당장 제조업에 필요한 희토류를 구할 수 없게 된 일본 제조업계는 비명을 질렀고 일본정부는 하루 만에 선장과 어선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국가 간 무역이 자유로워진 글로벌 시대에 자원의 불균형한 배분은 국가 간 권력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센카쿠 열도 분쟁이나 일부 희유금속의 독과점 현상은 자원빈국인 우리가 되짚어보아야 할 사례들이다.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은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직면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국가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산업안보에 필수적인 광물비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 현재는 요원해 보일지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현명한 일일 것이다.
김영민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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