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이 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축인 자동차와 반도체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전날 예고한 대로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계획을 담은 포고령에 서명하며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대미(對美) 수출을 주도하는 자동차에 대해 나라를 가리지 않고 매기는 무차별 보편관세가 언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미국이 반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면 1997년 미국 주도로 발효된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반도체 등 IT 기기에 대한 관세를 매기지 않은 이후 28년 만이다. 우리 수출의 쌍두마차인 자동차와 반도체까지 미국 관세 폭격의 사정권에 들어가면서 ‘수출 한국’ 전반에 충격이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자동차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 중 27.2%를 차지한 수출 효자 1위다. 양국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승용차(전기차 포함)에 대해선 2016년부터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관세가 부활하면 원가 상승으로 한국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은 급감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지난해 11월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는 최대 19%의 영업이익 감소 리스크가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는 지난해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용 수출이 늘며 처음으로 대미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이후, 중국보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커진 터라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카드가 자동차 가격 인상에 따른 자국 소비자 부담 증가, HBM 등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사들이는 미국 빅테크의 조달 단가 상승 같은 부작용을 일으켜 실제 부과에 이르기까지는 난관이 많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 수출 쿼터제(할당제)를 도입해 해당 물량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받거나 차종별 관세를 차등화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 현지 생산물량 확대, GM 등 미국 자동차사와의 전략적 제휴 등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도 속도를 내야한다.
‘반도체 관세’까지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미국내 반도체 제조 생태계 부활을 겨냥한 것을 감안해 우리 업계는 현행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더해 미국내 메모리반도체 공장 신설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조속히 가동해 갈수록 강도가 세지는 ‘트럼프 스톰’에 방파제를 높이는 방안을 도출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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