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냉방비 지원사업 걸음마도 못떼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냉방조차 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 노인, 장애인 등 소위 ‘에너지 빈곤층’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은 소득의 10% 이상을 냉방비와 난방비로 써야 하는 계층으로 전국적으로 약 150만 가구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 냉방비 지원 사업은 설계조차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세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폭염에 대비한 정부 대책은 각 지자체와 운영 중인 4만1569개의 무더위쉼터와 12만1000명의 재난도우미, 취약계층을 위한 전기요금 할인(매달 8000원) 말고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노인 쉼터에 냉방비 등으로 매달 10만원씩 지원하는 사업도 각 지자체의 몫이다.

더구나 이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냉방비 지원 사업은 설계조차 돼 있지 않을 정도로 미진한 상태다. 특히 저소득층 등에 지원되는 에너지바우처 제도는 동절기 난방비 지원사업에만 한정돼 있다.

에너지바우처 제도란 취약계층이 난방을 위해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연탄 등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도록 쿠폰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한파 등 동절기 대비 지원 사업에 비해 폭염 관련 대책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하절기 때는 동절기에 비해 에너지 소요가 절반이 채 안 되고, 동절기 때 사망자 비율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에 두 배가 넘다보니 지원 사업이 겨울철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냉방비 지원 사업의 경우 대상자 선정, 사업 타당성 조사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와 사망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가동한 이후 지난 5일까지 집계된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 환자는 1016명, 이중 사망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열질환자는 4239명, 사망자는 47명에 달한다. 이중 다수가 독거노인, 노숙자 등 에너지빈곤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9월말까지 지자체와 합동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취약계층 등 폭염 관련 예방대책을 중점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에너지빈곤층 등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채 에너지시민연대 팀장은 “최근 에너지빈곤층 200여 가구를 현장 방문해 조사한 결과 독거 노인 가구가 많았고, 전체 가구의 10%는 선풍기조차 없었다”며 “정부가 난방비 지원에 한정돼 있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보완하고, 폭염에 대비한 냉방비 지원 사업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