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한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조기집행을 서두르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이 일본의 실패한 아베노믹스 정책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백조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메가톤급 부양책에도 일본 경제는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이 같은 지적에 자유롭지 않다.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교훈 삼아 양적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국가채무 급증에 대비하고 양적인 사회간접자본(SOC)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28조1000억엔(약 304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엔화 강세에 채권금리까지 급증하고 있어 아베노믹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NHK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국무회의를 통해 28조1000억엔 규모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실현하는 경제대책’을 의결했다. 리니어 중앙 신칸센 조기 개통, 대형 유람선 정박 가능한 항구 건설 등 21세기형 인프라 정비에 10조7000억엔을 투자하고 ‘1억 총활약 사회’(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사회) 실현 대책으로 3조5000억엔을 집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게다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대책(10조9000억엔), 구마모토 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복구 및 부흥대책(3조엔) 등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지출로 7조5000억엔, 재정의 융자로 6조엔을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정부 출연 금융기관의 민간 기업에 대한 융자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도 닛케이225지수 등 일본 증시와 채권시장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장기 국채금리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고, 엔화가치도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전 달러당 105엔대에서 101엔대로 4엔이나 오르며 엔화 강세를 보였다.
이에 일본의 경제 대책 규모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데다 아베 총리가 경제 대책 규모에 집착하면서 정부 출연 금융기관의 융자까지 포함해 사업 규모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곧 엔저를 기반으로 경제를 이끌어온 아베노믹스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아베노믹스는 원래 목표에 비해 많이 부족하며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며 “이는 아베노믹스가 실패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국 경제도 아베노믹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쏟아붓기 보다 재정건전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SOC 사업과 추경 모두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경제활성화에 미칠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며 “정부가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흉내내는 양적완화로 경기를 부양한다고 하지만 아베노믹스는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났고 우리나라 경제 역시 그와 같은 정책이 성공한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일본은 금융완화 정책의 효과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융완화나 재정확대 정책이 회복의 모멘텀을 제공하기 어려워 아베노믹스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난관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를 교훈삼아무조건 돈을 풀기 보다 재정건전성 등 추가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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