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이탈(브렉시트)로 무너질 것만 같았던 ‘하나의 유럽’체제가 우려와 달리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U탈퇴를 주장해왔던 극우파의 수장들이 잇달아 입장을 번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영방송 NPR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은 16일 ‘EU 탈퇴론’을 이끌었던 유럽 내 극우 인사들이 EU 이탈 입장을 철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는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다만 터키가 EU에 가입한다면 이탈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라고 표명했다. 오스트리아의 EU 탈퇴를 주장해왔던 호퍼는 지난 6월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여파를 목격한 이후 “오스트리아의 EU탈퇴를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EU회원국의 국민들 사이에서도 EU 이탈을 지지자들이 줄고 있다. 오스트리아 유럽정책협회의 7월 조사에서 “EU에서 탈퇴해야 한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23%에 그쳤다. 지난 5월 조사 대비 8%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비주류 돌풍’의 핵심이었던 ‘오성운동’(M5S)은 최근 ‘EU 탈퇴’를 주장해왔던 입장을 바꾸고 ‘EU 개혁’을 제창하고 나섰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14일 “M5S가 ‘EU 이탈’의 입장을 철회한 지는 오래됐다”라며 “여론을 의식해 노선을 바꾼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법과 정의당’ 당수는 브렉시트가 발생하자마자 “폴란드는 EU의 열의 있는 회원국”이라며 “폴란드의 EU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그리고 독일 등 EU회원 각국의 여론조사에서 EU이탈파들이 고전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IFOP의 7월 중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의 EU 잔류 지지파는 전월 대비 18%포인트 증가했다. 벨기에와 스페인도 각각 9%포인트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U 잔류 지지자가 증가한 것은 영국의 정치ㆍ경제적 입지가 브렉시트로 인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영국 제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주요 싱크탱크 중 하나인 재정연구소(IFS)는 브렉시트로 영국의 국내총생산(GDP)가 EU 회원국일 때와 비교해 4%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EU회원국들이 각각 안보ㆍ경제적 이익 때문에 쉽게 EU탈퇴를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유럽의 경우 EU에서 이탈하면 러시아의 위협과 마주해야 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EU에서 탈퇴하면 신용하락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EU 체제의 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달 쿠데타를 진압하는 데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사형제 부활 및 비상체제를 추진하자 EU는 난민 정책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3세 시리아 난민소년 ‘쿠르디’의 죽음을 계기로 EU는 난민쿼터제를 실시했지만, 난민 수용을 둘러싸고 EU회원 국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헝가리는 오는 10월 난민 수용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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