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한 민감한 문제는 일절 배제한 채 “미래지향적 관계”를 언급했다. 그러나 일본은 아베 내각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면서 넘어야 할 산이 여전한 양국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역사는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고 살아 있는 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있는 것”이라며 퇴행적 역사 인식을 강력히 비판한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와 온도 차가 크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28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ㆍ치유 재단’이 공식 출범한데다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협상 타결 당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상호 비난과 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약속을 박 대통령이 감안,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은 박 대통령이 기대한 ‘미래지향적 관계’와 달리 야스쿠니 신사에 내각 인사들이 대거 달려가는 등 ‘과거퇴행적’ 모습을 연출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료를 납부하기도 했다. 올해도 과거사와 관련한 어떠한 반성과 사과의 발언은 없었다. 또 우리 국회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놓고 주일 한국대사관의 이희섭 정무공사를 불러 항의하기도 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대일(對日) 우호기조가 지나치게 일방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 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정상회담의 전제로 못 박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후 광복 7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지난해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방향을 전환해 정부 스스로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는 위안부 협상 타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타결 뒤에도 일본은 위안부 관련 망언을 계속하고 소녀상 철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과 일본의 분쟁 요인이었던 과거사 문제는 봉합되기는 커녕 오히려 한국 내부의 갈등거리로 확산됐다. 박 대통령의 대일외교 성과인 정상회담과 위안부 협상 타결을 두고 국내 여론과 정치권에서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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