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더불어민주당 3명 당권 후보가 한목소리로 ‘집토끼 공략’에 나섰다. 지역적으론 최대 표심인 호남, 이념적으론 야권 정체성을 공략하고 있다. 확장성이 핵심인 대선과 달리 당권 도전에선 당장 표심을 움켜쥔 집토끼가 관건이다. 확장성을 앞세운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민주 당권 후보는 16일 전남 대의원대회를 기점으로 ‘호남 대전’을 마무리한다. 지난 주말 광주ㆍ전북 대의원대회에 이어 연이어 경쟁적으로 호남 구애에 나선 3명 후보다. 호남은 분당 사태에도 불구, 더민주 내에서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호남 민심을 확보하는 게 당권행의 주요 변수인 이유다.
김상곤 후보는 광주 출신을 강조하고 있다. 3명 후보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이다. 특히 호남 출신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당선된 후 호남 출신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논리가 한층 힘을 받았다. 김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대선 후보 대부분이 영남 출신인데 당 대표마저 영남 출신이 된다면 대선 필패론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후보는 ‘호남 며느리론’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그는 광주 대의원대회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민주종가를 꿋꿋하게 지켜낸 맏며느리, 호남으로 시집올 때 사랑해주셨던 그때 심정을 담아서 며느리의 편치않은 마음으로 집을 부흥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호남특위위원장을 직접 맡고, 월 1회 호남 방문을 정례화하거나 민주정책연구원 호남분원 설립 등 호남 관련 공약도 쏟아냈다.
이종걸 후보는 호남의 ‘반문정서’를 공론화하고 있다. 그는 광주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문재인 대리인을 뽑는 전대가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계파주의로 민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이다. 그는 “호남의 아들을, 호남의 며느리를 뽑는 전대가 아니다”라며 “친노ㆍ친문 대권 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후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호남과 별다른 연고가 없는 이 후보는 대신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임을 앞세워 “호남이야말로 민중운동의 중심지로 독립운동을 추동했던 곳”이라고 치켜세웠다.
3명 후보 모두 이념적으로도 ‘집토끼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드 배치 반대에 이어 최근 강령 ‘노동자’ 삭제 논란에서도 한목소리로 강하게 비판했다. 강령 전문에서 ‘노동자’ 문구를 없애는 건 야권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반발이다. 추 후보는 나아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뺀 점 역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며 “당의 기본정신인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명 후보가 일제히 야권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현 김종인 체제와의 미묘한 긴장관계도 읽힌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달리 특별히 할 얘기가 없으니 그런 걸 갖고 마치 선명성 경쟁하듯 얘기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더민주는 오는 17일 비대위회의에서 강령안 수정 여부를 논의한다. 확장성을 앞세운 현 지도부와 야권 정체성을 강조하는 미래 지도부 간의 권력 교체를 상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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