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ㆍ정헌의 기자]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만약 터키에서 큰 사고가 났는데 한국 분들이 현장에서 김치를 나눠준다면 터키 사람들도 예민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최근 진도 실내체육관 앞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터키 전통 음식 케밥을 만든 주마 바(35) 씨는 쑥스러운 듯 입을 뗐다. 겸연쩍어 하면서도 그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바 씨 일행은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케밥을 만들어 현장에서 제공했지만 고기를 굽는 등 케밥을 만드는 과정이 현장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고 현장에서 물러났다.

“주변 자원봉사자들이 ‘가족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냐’고 우려하는 말도 했다.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실종자 가족분들이 죽 밖에 못 드실텐데 고기 드실 상황이 아니겠다 싶고. 나라도 그런 일을 당하면 아무 것도 못 먹을텐데….”

비록 작은 논란이 일긴 했지만 “희생자분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마음만큼은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주마 바(오른쪽) 씨와 여섯살 아들.
주마 바(오른쪽) 씨와 여섯살 아들.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듣고 바 씨와 함께 케밥을 만드는 동료 등 8명은 2000명이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음식 재료를 갖고 진도로 향했다. 고기만 해도 300㎏ 가까이 됐다

“터키에 있는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저도 만약에 저렇게 배 타다 죽으면 우리 부모님도 내 시신 찾으러 한국 와서 저렇게 울 텐데….”

그는 또 외아들을 잃은 터키의 외삼촌이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군대에서 총기 사고로 죽은 사촌 동생이 있어요. 외아들이었는데…. 외삼촌이 지금도 너무 힘들어 합니다.”

결국 도저히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에 케밥 자원 봉사를 결심했다. “제가 마음이 약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가기 전부터 3일 동안 눈물만 났습니다. 사실 진도에 가서는 가족들 얼굴을 쳐다보기도 어렵더군요.”

바 씨는 한국에 거주한지 10년이 됐고 한국인 아내와 7년 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가 한국 사람이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는 그다.

그는 “롯데월드에서 함께 일하다 2개월 간 끈질긴 구애 끝에 아내가 마음을 열었다”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제가 많이 쫓아 다녔죠. 그래서 한 15개월 정도 연애하다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지금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케밥 식당을 운영 중이고 6살 아들과 2살 딸, 그리고 곧 출산 예정인 막내가 있다.

한편 바 씨는 “한국분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모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다만 희생자 가족분들이 힘을 내야 합니다. 살아남은 학생들과 형제들과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부모님들이 힘내셔야 합니다”라며 인터뷰를 맺었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