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당장 조선업 등 구조조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경제는 올 하반기 이후 내년까지도 내내외 악재에 노출돼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경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내년에는 상황이 더욱 어려워져 경제와 민생이 급추락할 가능성 많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 및 국제교역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년에는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수출이 지난해 1월 이후 지난달까지 19개월 연속 최장기간 감소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지만, 반등 시점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교역 감소의 타격을 심하게 받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주요 71개국의 무역액이 5.4% 감소했고, 전세계 수출은 5.1% 줄었다. 하지만 한국의 올 상반기 수출은 9.9% 감소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컸다. 국제무역이 다시 활성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국의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확장 속도 둔화 등에다 내년에는 보호무역주의 강풍이 일 것으로 보이는 등 여건도 좋지 않다. 이런 가운데 원화가치는 상승세를 지속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상반기 우리경제를 힘겹게 주도해온 내수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정책효과 소멸로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많다. 다음달 28일 반(反)부정부패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도 잠재적인 불안요인이다.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일부 축산농가와 자영업자 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만큼 식사 접대와 선물 등의 허용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견해가 관련 정부 부처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정부는 이렇다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불확실성도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심리는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황으로 가계소득이 제자리걸음하고 미래가 불확실해지자 국민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이 언제 개선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수출과 소비, 기업들의 투자나 고용 등 경제 어느 부분에서도 당분간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의 신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로선 내년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많다.

앞뒤가 모두 막힌 상황에서 이번 추경안이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려면 심사 및 집행의 ‘신속성’과 예산 편성의 ‘적절성’이 담보돼야 한다. 1차 관문인 국회의 문턱을 넘는 시점이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민생 위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