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는 매년 개최된다. 작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고 내년 개최지는 중국 광둥성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2025 대한민국 경주 APEC’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질까. 우선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와 중국, 러시아 등이 이념적 분단 현장에 동석한 것을 보면서 남다른 소회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APEC은 NATO와 같은 집단안보 기구와 달리 다양하고 이질적인 정치체제와 이념을 포용하고 경제와 문화 중심의 교류·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을 목표로 삼아왔다. 이번 경주 APEC의 기조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키워드 역시 “연대와 협력”이었다.
미국과 중국이 총성 없는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어서 우려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제압하는 것보다 협력하는 것이 낫다”고 귀국 직후 미국 CBS 방송과의 60분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의 중국 견제 때문에 중국과 연계산업을 가진 국내 많은 기업들이 위기였으나 어깨를 펴는 분위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한한령 해제를 내놓을지 주목했었다. 그가 한중 관계에 대한 언급 중에 “민심” 친화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양국 민심의 친화적 조성은 한류의 중국 공연이 재개된다면 큰 전환점이 될 것이 틀림없다. 시 주석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과거 침략전쟁에 대해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했던 것처럼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 것은 많은 공감을 얻은 큰 수확이었다.
세계 언론이 회원국 정상들 못지않게 주목한 대상은 AI(인공지능) 칩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개발한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었다. 민간기업 대표지만 어느 국가 정상 못지않게 눈부신 조명을 받았다. 그가 삼성의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과 ‘깐부 치맥’을 즐기며 AI 동맹을 맺은 곳은 서울 강남이었지만 세계 언론들은 그것을 경주 APEC의 한 배경으로 보도했다. 그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다는 GPU를 한국에 26만장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서울에서 깐부 치맥을 한 것은 한국의 강력한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GPU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형선고를 받은 후 감방에서 디지털 시대 대비를 역설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 출범 후 인터넷 고속도로를 깔아놓은 것이 지금에 와서도 주효한 것이다.
이것으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다만 디지털 세계는 나날이 새로운 기술에 따라 세대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 의존은 불안정성이 크다. 엔비디아가 2017년 처음 볼타(Volta) 칩을 개발한 이후 2024년 출시한 블랙웰은 제5세대에 해당한다. 새로운 세대로 발전시키는데 소요 시간은 평균 2년이 채 안 된다. 차세대 GPU가 2026년 나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젠슨 황이 약속한 26만장은 2030년까지 공급하기로 했으며 그 사이 두 번 이상의 GPU 세대 전환이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카이스트 과학자들과 국내 중소기업이 GPU를 훨씬 능가하는 NPU(Neural Processing Unit·신경망처리장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서 우리의 자체 기술이 터질지 주목된다. AI 칩 개발 경쟁에서 개가를 올릴 수 있도록 국가전략 차원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ESG실천국민연대 상임의장(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pooh@heraldcorp.com
![유례없는 초호황에 ‘조선의 심장’도 공급병목…세계 1위 中 주문 쇄도에 650억원 설비 투자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9/news-p.v1.20260907.bc37390dff704bc08e370f2730d98523_T1.png?type=h&h=240)
![항암 치료받다 피부 ‘감염’까지…서울대병원서 겪은 ‘황당’ 사연, 뭐길래 [메디컬 생존 게임]](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8/news-p.v1.20260907.2d18490bb21946468debe6a5e3d567f2_T1.jpg?type=h&h=240)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