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설계 수명 만료로 2년7개월째 가동이 중단된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에 대한 계속운전을 세 번째 심의 만에 허가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은 가동 중단된 기간에 치른 기회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원전 업계는 이 기간 원전보다 비용이 비싼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해 전력을 생산한 점을 감안하면 손실이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다행스런 점은 이번 결정으로 남은 9기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세계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운 정부가 데이터센터 확충 등으로 급증할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기존 원전의 운영 연장은 필수라고 판단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40년 운영 기간이 다한 원전에 대해 추가 운영 허가가 난 것은 2008년 고리 1호기, 2015년 월성 1호기에 이어 고리 2호기가 세 번째다. 고리 2호기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운영 연장 신청이 늦어지면서 2년 넘게 가동을 멈춰야 했다. 어렵사리 10년 연장 승인을 받았지만 실제 재가동 기간은 7년 반밖에 안 된다. 연장 기간을 가동 중단 시점부터 계산하기 때문에 이미 허비한 30개월을 빼야 해서다. AI시대 전력 확충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이런 불합리함은 손을 봐야 한다. 고리 3·4호기, 전남 영광의 한빛 1호기 등 계속운전을 신청한 9기 원전은 일단 계속 가동하면서 인허가 절차를 밟는 미국식 제도로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의 원전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10년 주기인 연장 기간을 20년 이상으로 늘리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전 세계 원전 416기 중 189기(45%)가 40년 이상 가동 중이다. 미국은 60~80년, 프랑스는 60년,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도 일부 원전은 최대 60년까지 운전을 허용한다. 원전 강국인 한국이 이들 나라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AI 3대 강국을 공언한 상황에서 AI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전력 생산에 원전은 필수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우선 공급하기로 한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냉각과 인프라까지 포함해 최대 1GW(기가와트) 전력이 필요하다. 고리 2호기의 1.5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도 이루려면 기존 원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원전을 새로 지으려면 수조원씩 드는데, 더 쓸 수 있는 기존 원전을 멈춰 세우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인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AI고속도로도 원전이 뒤를 받쳐야 여유를 가지고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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