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혼상제(冠婚喪祭)는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예식이며, 그 중 혼례와 장례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혼례와 달리 장례는 고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따라 급박하게 예식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유가족이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유가족의 상황을 악용한 장례업체의 폭리행위가 발생해 그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함과 더불어 장례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상조산업이 1980년대에 등장했다. 이후 2025년 3월을 기준으로 가입자 960만명(2024년 대비 68만명 증가), 선수금 10조3348억원(2024년 대비 8862억원 증가)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상조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은 핵가족화 또는 고령화에 따라 종래의 방식으로는 장례를 거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상조계약은 대금(선수금)의 납입기간이 장기간이며, 그 도중에 소비자에게 예상치 못한 사정이 발생해 그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2010년 이전에는 상조회사가 소비자의 해제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위약금을 과도하게 공제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에 할부거래법을 개정해 소비자의 중도해제권을 인정하면서 일정한 위약금(약 15%)을 공제한 후 나머지 선수금을 환급하도록 규정했다. 또 선수금 중 50%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환급보장을 위해 공제조합과의 공제계약 등의 체결을 의무화했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상조계약의 체결방식은 다양화됐다.

2020년대 초반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방식(방문판매 등)에서 비대면방식(TV홈쇼핑 또는 전자상거래)으로 전환됐다. 후자의 방식으로 체결된 상조계약에 대해서는 할부거래법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법도 적용됐다.

할부거래법과 비교해 전자상거래법는 소비자가 상조계약을 중도에 해소하는 방법이며, 소비자는 상조서비스를 받기 전에는 언제든지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소비자가 청약을 철회하면 상조회사는 소비자가 납입한 선수금 전액을 환급해야 하며, 그에 대해 손해배상금 또는 위약금을 공제할 수 없다. 그리고 상조회사가 공제조합과의 공제계약 등을 통해 보장해야 할 금액은 선수금의 50%가 아닌 90% 또는 100%이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전자상거래의 방식으로 체결한 상조계약에는 할부거래법과 전자상거래법 중 어느 법이 적용될까? 양법 모두 다른 법과의 관계에 대해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상조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아닌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상조회사는 위약금 공제 없이 소비자에게 선수금 전액을 환급해야 한다.

따라서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상조계약을 체결한 소비자가 청약을 철회하는 경우, 상조회사는 위약금 공제 없이 납입한 선수금 전액을 소비자에게 환급해야 한다. 다만, 상조계약의 체결에 따라 부가혜택으로 호텔이용권 등을 제공받은 소비자가 이를 사용한 후 청약을 철회한 경우, 소비자가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선수금 전액이 아닌 호텔이용에 따른 비용 등을 공제한 금액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고형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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