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원료물질인 PHMG를 처리한 항균칫솔이 2014년 5월 버젓이 특허 등록을 받아 제품화 과정을 밟고 있다. PHMG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2012년 9월 환경부에 의해 유독물로 지정되었지만, 특허 심사요건에 안전성 검증항목이 빠져 유독물질을 이용한 용도특허를 받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던 것이다. 이 제품이 출시될 경우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항균칫솔모는 품공법의 관리대상 품목이 아니며, 2015년 환경부로 이관된 생활환경제품 관리품목에도 들어있지 않다.
유럽연합(EU)에서 생활용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한 물질 500여종에 포함된 살생물질(항균 살균 화학물질)이 국내에 판매돼 버젓이 탈취제, 방향제 등으로 사용되는 등 살생물제 관리에는 사각지대가 숱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온나라가 몇년째 떠들썩하면서도 달라지는건 별로 없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막기 위한 살생물제관리법 제정 등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안전관리제도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최연혜 의원(새누리당)은 25일 “EU에서 생활용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사용 금지물질 500여종에 포함된 물질이 국내 판매돼 탈취제·방향제 등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화학물질의 독성에 대한 외국 사례 등을 공유하고, 우리 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살생물제에 대한 조속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까지 환경부는 살생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데만 그쳤다. 제품단계의 관리는 각 부처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바람에 살생물제에 국민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부가 최초 가습기살균제 판매이후 수거명령을 내리기까지 18년 동안 국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친 것은 이런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PHMG의 경우 1994년 미국은 농약으로 분류했고, 유럽연합(EU)은 1998년 살생물제 관리지침을 만들어 관리해오던 물질임에도 환경부는 1997년 2월 PHMG 유해성심사 신청에서 유독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환경부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해 기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보다 더 강력한 ‘살생물제 관리법’을 마련중이다. 유럽의 살생물제관리법(BPR)과 미국의 연방 살충제법(FIFRA) 등을 벤치마킹해 농약 수준으로 강하게 관리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입법예고에 들어가기도 전 인데 벌써 반대의 목소리가 들린다. 화평법 시행이 불과 1년을 갓 넘긴 상황에서 추가로 화학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옥상옥 규제’로 기업 부담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통상 2억원 이상 들어가는 유해성 평가가 의무화될 경우 관련 시장에서 대기업만 살아남고 중소기업은 퇴출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한편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연합(EU)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살생물질이 포함된 제품 모두 사전 유해성 평가를 거쳐 시장에 유통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살생물제 관리법을 따로 두고 있는 EU의 경우 허용된 물질 외에는 살생물제를 만들 수 없고, 발암성 물질 등을 포함한 위해우려 화학물질 500여종은 퇴출물질로 규정해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살충ㆍ살균ㆍ살서제법(FIFRA)’을 통해 살생물질과 12개 제품군으로 분류돼 있는 살생물제품을 농약과 함께 통합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된 제품은 반드시 사전 등록 절차를 거쳐 유통되게 하고 있다.
김대우ㆍ원승일 기자/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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