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나머지 공범들, 살인 고의 인정 어려워” 상해치사죄 징역 7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선임병의 엽기적인 가혹행위와 폭행으로 숨진 이른바 ‘윤 일병 사망사건’의 주범 이모(28) 병장에게 징역 4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는 25일 살인과 상습폭행,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 씨가 이 사건으로 국군교도소에 수감 중 동료 병사를 강제추행하고 폭행, 협박한 혐의까지 함께 반영됐다.

지난 201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윤 일병 사망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 28사단 977포병대대 의무 생활관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이는 모습
지난 201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윤 일병 사망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 28사단 977포병대대 의무 생활관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이는 모습

이 씨의 지시를 받고 윤 일병 폭행에 가담한 하모(24) 병장과 이모(23) 상병, 지모(23) 상병에게는 상해치사 혐의 등으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유모(25) 하사는 이들 병사들에 대한 관리ㆍ감독 의무가 있음에도 범행을 방조한 혐의(군형법상 부하범죄 부진정) 등으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이 씨 등은 2014년 4월 윤 일병이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고, 질문에 답이 늦다며 윤 일병의 얼굴과 배를 수차례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범행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윤 일병의 노트와 속옷을 버려 재물손괴죄도 적용됐다.

당초 군 검찰은 이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재판에서도 이 씨 등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됐다.

2014년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위원이 선임병들로부터 폭행과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 일병의 당시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2014년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위원이 선임병들로부터 폭행과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 일병의 당시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1심을 맡은 육군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이 씨 등에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상해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이씨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공범들에게는 각각 15~3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윤 일병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용인하고 폭행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이 씨 등의 살인죄를 인정했다. 다만 “살인을 주도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닌데도 1심 형량이 다소 무겁다”며 이 씨에게 1심 선고형보다 가벼운 징역 35년을, 나머지 공범들에게도 각각 징역 10~1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상고심에서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씨를 제외한 나머지 공범들에게 살인의 고의 및 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다.

다시 심리한 군사고등법원은 주범 이 씨가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윤 일병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해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병사들에 대해선 살인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주범 이 씨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본인들이 폭행을 당하는 피해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윤 일병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윤 일병의 신체 주요부위를 수차례 가격할 경우 윤 일병이 사망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