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沈香)은 이름 그대로 ‘물속에 가라앉는 향나무’라는 뜻을 가진 귀한 소재로 예로부터 왕실과 귀족들이 즐기던 최고의 향료이자 약재였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향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혈관 건강 개선과 심신 안정 등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국내 침향 수입량은 2019년 21톤에서 2024년 101톤으로 무려 5배가량 폭증했다. ‘침향의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급격한 팽창 이면에는 그림자도 짙다. 침향은 나무가 상처를 입었을 때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분비한 수지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 응고된 산물이다. 워낙 희귀하고 고가이다 보니, 최근에는 미생물을 인위적으로 주입해 단기간에 수지를 형성시키는 기술까지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를 따라 생성된 진품의 품질과 효능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종의 혼용’이다. 아킬라리아(Aquilaria) 속의 20~30여 수종 중, 현재 국내 식품 공전 상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침향나무는 ‘아킬라리아 말라센시스(Aquilaria malaccensis)’와 ‘아킬라리아 아갈로차(Aquilaria agallocha)’ 단 2종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식품 원료로 허가되지 않은, 목재용으로나 쓰이는 저가의 ‘라민’ 등이 침향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침향시장에서는 침수 테스트나 연소 시의 향기, 무늬 등을 통해 진위를 판별하려 애쓰지만, 분말로 가공되거나 다른 부재료와 섞인 식품의 경우 일반인의 눈으로는 도저히 구분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표준화된 진위 판별법조차 미비한 실정이어서, 저품질의 가짜 제품이 시장을 잠식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사회는 침향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확립을 위해 더 늦지 않게 과학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유전체 분석(DNA Barcoding)의 도입이다. 허가된 두 수종 고유의 DNA 서열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비교 분석한다면, 형태가 변형된 가공식품 내에서도 수종을 명확히 식별해 낼 수 있다.
둘째, 지표성분 정밀 분석이다. 침향의 핵심 성분인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나 베타셀리넨(ß-selinene) 등의 함량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수지가 거의 없는 일반 목재와 진품 침향을 구분하는 객관적인 수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다.
물론 과도한 규제가 자칫 성장 가도를 달리는 침향 시장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판매자 등이 진위 여부를 제대로 판별할 수 없는 시장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수입 전후의 수종 증빙 의무화와 판매 전 지표성분 검사를 정착시키는 것은 단기적인 둔화가 아닌, 시장의 ‘체력’을 기르는 방법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침향’과 ‘침향나무’를 혼동한다. 수지가 없는 나무는 그저 나무일 뿐 침향이 아니다. 이제 정부와 학계,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침향의 정의를 바로 세우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1000년의 향기를 이어온 침향의 가치를 지키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김승현 건국대 식량자원과학과 교수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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