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윤에게 우승이란 올해 목표의 40%를 채우는 것이다.
박채윤에게 우승이란 올해 목표의 40%를 채우는 것이다.
박채윤이 1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
박채윤이 1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선)=남화영 기자] 박채윤(22 호반건설)은 올해 1부 투어 2년째지만 아직 우승이 없다. 우승이란 게 누구나 갖지 못하니까 그만큼 가치가 있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똑같은 우승이라도 그게 누구에겐 목표지만 다른 이에겐 과정일 수 있다. 어떤 이에겐 꼭 잡아야 할 당면 목표지만, 누구에겐 갖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다. 박채윤에겐 우승이 과정이면서 또한 소망이다. 박채윤은 지난해 친구 전인지(22 하이트진로)가 쑥쑥 커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석권하고 해외 메이저도 우승하면서 스타가 되어 미국에 가는 것을 지켜봤다. 시즌을 마무리했을 때 아직 메인 스폰서도 없고 성적은 상금 35위였다. 올해는 많이 달라졌다. 박채윤은 26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3언더파로 공동 5위권에 머물러 있다. 현재까지 22개 대회에 출전해 19개 대회에서 꾸준히 본선에 올랐다. 초정탄산수용평리조트오픈과 카이도MBC플러스여자오픈에서 6위를 했고, 4월말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에서는 3위를 하면서 상금 랭킹은 24위(1억5879만4834원)다. 그의 골프를 좀더 들여다보면 올해 환갑인 아버지(박동규 61)가 나온다. 충남 조치원에서 건축일을 하던 아버지는 채윤이 조치원 초등학교 10살에 골프를 가르쳤다. 본인이 골프를 하지 않지만 그럴 사연이 있었다. 당시 21살이던 채윤의 오빠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아버지는 집에 들어가기를 꺼려하더니 결국 채윤이를 골프 연습장에 데리고 다니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동네 연습장이었다.

박채윤이 2라운드 11번 홀에서 비를 맞으며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가장 자신 있는 게 아이언 샷이다. [사진=KLPGA]
박채윤이 2라운드 11번 홀에서 비를 맞으며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가장 자신 있는 게 아이언 샷이다. [사진=KLPGA]

우연하게 시작된 부녀의 골프 연습장 나들이가 계속 이어졌다. 골프 연습장은 골프를 하지 않는 아버지에게는 아들을 잃은 상실감의 해소처였고, 채윤에게는 학교 숙제를 안 해도 되는 해방구였다. 그러다가 3년이 지난 6학년 때 제주도지사배 주니어골프대회에 처음으로 나가게 되었다. 제주도 가서 시합을 하는 건 당연히 적잖은 비용이 든다. 궁리하던 부녀는 ‘예선 탈락하면 골프 그만두자’고 했다. 그런데 덜컥 예선을 통과했다. 그때부터 채윤의 골프에 불이 붙었다. 대전 체중, 체고를 거치며 골프를 이어갔고, 2009년 중고연맹 회장배에서 우승을 하면서 주니어 대회에서 3승을 거두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07년부터 3년간 국가 상비군, 2012년에는 국가대표를 1년간 지냈다. 고려대 국제스포츠학과에 들어가 2부 투어를 뛰면서도 수업에도 참여하려 노력해 올해 4학년이다. 2013년 여름에 프로에 데뷔하고 이듬해는 2부 투어에서 상금 순위 13위를 했고 11월 시드전을 28위로 통과해 1부 투어에 들어왔다. KLPGA투어 루키해인 지난해 28개 대회를 출전해 23개에서 본선에 올랐다. 그중 NH투자증권대회에서 이정민과 맞붙어 2위를 한 게 가장 높은 성적이었다. “어프로치에서 미스를 좀 했어요. 그런 상황이 서너번 반복되면서 버디를 잡아야 하는 홀에서 파에 그쳤어요.”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보니 성적은 상금 35위였다. 아직 갈 길은 멀어보였다.

박채윤은 우직하다. 튀지 않으면서 조용히 연습만 한다. 지난 동계훈련에서 우직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본 코스관리업체 엔에이골프의 김진수 사장이 “너 같이만 연습하면 뭐라도 된다”면서 후원을 자청해 서브 스폰서가 될 정도다. 잠재력은 뛰어나면서도 2년여를 메인 스폰서 없이 지내며 마음 고생도 제법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연습에만 몰두했다. 그러다가 시즌 중인 지난 5월에 호반건설과 계약을 하면서 소위 ‘프로의 자존심’이라는 모자 중간 로고도 큼지막하게 붙이게 됐다. 소속사를 가지면서 환경은 많이 나아졌다. 연봉도 받고 부담없이 연습할 공간도 얻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목표로 시합에 임하고 있을까? 연초의 계획은 얼마나 이뤘을까? “작년보다 더 잘 치는 것이 올해의 목표죠. 하지만 지금 점수를 준다면 제가 세운 목표의 30% 정도죠.” 그렇다면 이번 대회에 우승한다면 얼마를 더 채우는 것일까? “40% 정도요. 올해 시즌말까지 상금 톱10을 채워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중에 최고라면 랭킹을 꾸준히 올려서 KEB하나은행 LPGA챔피언십에 나가는 것입니다.” 우승은 과정이고 미국 LPGA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표인 것. 박채윤의 꿈은 아직은 그 정도에 머물러 있다. 최근 올림픽을 보고 응원하면서 자신도 그런 무대에서 뛰었으면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그건 아직 잡기에는 너무나 먼 무지개처럼 보인다. 그래서 지금 당장 내가 할 샷에만 집중하려 한다. ‘샷을 할 때 몸이 좀 들리던가? 드라이버샷에 타이밍이 가끔씩 잘 안맞는 게 고민이다.’ 그 뒤에서 우직하게 커온 딸을 지켜본 아버지는 역시 묵묵히 응원만 할 뿐 내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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