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문의는 여전하지만, 분위기는 작년과 많이 다릅니다. 완판을 자신했던 건물주들도 미분양 부담으로 후속 분양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경기 성남시 공인 관계자)

수도권 빌라 시장의 공급과잉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아파트 청약시장에 열기가 집중되는 사이 포화상태에 이른 빌라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어진 빌라 중 상당수는 주인을 찾지 못한채 공실이 적체되는 모양새다.

빌라 공급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전세난의 영향이 컸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다세대ㆍ연립 주택은 5만1039건으로 사상 최대였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4988건)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연간 인허가 물량(3만2645건)보다는 56% 늘었다.

서울의 다세대ㆍ연립 인허가 물량은 경기지역을 추월한 지 오래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다세대ㆍ연립 연간 인허가 물량은 지난 2013년 3만1073건을 시작으로 2014년 3만4613건, 2015년 5만7465건으로 경기지역을 웃돌았다.

서울과 경기의 온도 차는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물량을 채울 수요가 많지만, 경기 일부 지역은 발길을 사로잡을 호재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탈(脫)서울을 택한 많은 매매전환 수요가 아파트 청약시장에 몰린 영향도 컸다.

이로 인해 경기 신축빌라 가격은 약보합이다. 성북구의 전용면적 50㎡ 빌라 매매가격은 평균 1억5000만원에서 최근 1억3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도 외곽 지역에서는 같은 면적의 빌라가 1억원까지 떨어졌다.

경기 성남시의 한 공인 관계자는 “착한 분양가를 책정한 아파트가 많아 경기에 새 터를 장만 수요자들은 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을 것”이라며 “반면 환금성이 떨어지는 빌라는 아파트 공급이 많은 지역일수록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 빌라 시장의 양상은 조금은 다르다. 매매보다 임대 수요가 많아서다. 전세난이 불거졌던 지난해 85% 이상의 높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도 무너진 지 오래다. 서울 일부지역에서 불거진 역(逆)전세난은 하반기 서울 외곽부터 경기지역까지 번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성북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빌라 공급이 늘어난 반면 계약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소수의 집주인들은 공실을 우려해 월세를 낮추거나 다시 전세로 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에서는 임대수익률과 분양가 하락이 점쳐지기도 한다. 경기도 고양시 빌라밀집지역의 한 공인 관계자는 미분양 신축빌라를 언급하며 “시세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월세가 비싸다며 손사래를 치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분양가 하락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진 않았지만, 미분양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 이후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빌라를 산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마저 감돈다. 지난해 성남시의 빌라에 입주한 김 모(39) 씨는 “입주 당시 시세 차익과 인프라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관심사였다면, 올해는 집값이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 편”이라며 “계속 산다면 괜찮지만, 전ㆍ월세나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은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한편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이후 빌라의 공급과잉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다세대ㆍ연립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낮고 공급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손실 우려가 크다”며 “신축빌라 매매나 임차 계약을 고려한다면 일대 공실률과 시세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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