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상당수의 한국여성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심지어 다시 결혼해야 한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겠다고 말하는 여성도 있다. 여기엔 지금의 배우자에 대한 불만보다도 결혼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남성은 두 명중 한 명꼴로(45%)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꼭 다시 결혼 하겠다고 한 반면, 여성은 다섯 명중에 한 명만(19.4%) 지금 배우자와 결혼하겠다고 했다(2013. 인구보건복지협회).

최근 일본에서는 기존의 결혼제도를 벗어나려는 ‘졸혼’(卒婚, そつこん 소쯔곤)이 유행하고 있다. ‘졸혼’은 2004년 일본의 여류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쓴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유래한 말이다. 부부가 결혼의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부부관계는 유지하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에서 졸혼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부부가 이혼하지 않으면서 각자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그럼 이혼이나 별거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우선 이혼이나 별거의 경우 부부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지만, 졸혼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혼이나 별거는 서로가 정기적인 만남을 하지 않지만, 졸혼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서로 정기적으로 만난다.

물론 졸혼은 법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혼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이혼인 듯, 이혼 아닌, 이혼 같은 졸혼’ 이라는 비유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 졸혼에 대한 일본사람들의 생각은 꽤 전향적이다. 일본여성의 53%가 졸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남성은 32%가 졸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여성들의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와 고단함을 읽을 수 있다.

한편 스웨덴에서는 이혼, 별거, 졸혼과 또 다른 형태로 결혼의 대안이 나타나고 있다. 소위 ‘별거 동침’이라고 부르는 ‘사르보’(sarbo)이다. 스웨덴에서는 65세부터 74세의 젊은 노인들을 중심으로 ‘각자 자신의 집에 살면서 사실상 부부로서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르보가 결혼제도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르보의 뜻은 ‘living apart together’ 즉, ‘따로 살지만 같이 지내는’ 관계이다. 법적으로는 혼인관계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는 사실상 배우자역할을 하는 부부관계이다. 다만 서로의 편의를 위하여 같이 살지 아니하고 각자 자신의 집에서 사는 형태이다. 동거도 아니고 결혼도 아닌 것이다. 여성은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의무에서 해방되고, 남성들도 재산문제 등에서 자유로운 전략적 만남이다.

이렇게 기존 결혼제도에 대한 도전이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30년 안에 결혼제도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황혼이혼과 황혼결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의 이혼율은 감소하는데, 50대이상의 황혼이혼은 10년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황혼결혼도 빠르게 늘어 남성은 22%, 여성은 무려 83%나 증가하였다. 새로운 결혼문화의 변화이다. 그 변화의 근저에는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자연스럽게 열리고 있는 100세시대가 자리잡고 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부부가 함께 사는 기간이 30년 안팎이었지만, 100세시대에는 70년을 배우자와 같이 살아가야 한다.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생활양식이다. 생활양식의 근간은 가족이고, 그 뿌리는 결혼제도이다. 결혼에 대한 회의가 이혼을 불러왔고, 황혼이혼이 황혼결혼으로 이어지고 있다. 졸혼과 사르보, 어느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인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결혼이 우리행복의 뿌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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