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신고 후 환율 급등…원화 환산 평가액 1억 늘어

‘외환당국 수장’ 이해충돌 논란 지적 나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재산이 무려 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재산 중 절반 이상이 외화 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외환당국 수장으로서 환율이 상승할수록 원화 환산 평가액이 불어나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신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신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장남이 보유한 재산은 총 82억4102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해외 금융자산과 해외 부동산은 45억7472만원으로 전체의 55.5%를 차지했다.

전체 재산 중 서울 강남구 아파트(15억900만원)와 종로구 오피스텔(18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다국적 금융 자산이었다.

특히 신 후보자는 미국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신용조합, 스위스 투자은행, 스페인 은행 등에 총 20억3654만원 상당의 예금을 보유했다. 이 예금은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스위스 프랑 등 외화로 예치됐다.

신 후보자는 15만파운드(3억208만원) 상당의 영국 국채에도 투자했다.

또 신 후보자의 배우자인 한모 씨는 미국 국적으로 미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 근처에 2억8494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했다. 이 대학 대학원을 다닌 장녀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혼한 장녀는 이번 재산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 후보자 배우자 예금 18억5692만원 중 대부분(18억4015만원)은 해외 금융회사에 예치된 외화 예금이었다.또 영국 국적의 장남은 8239만원 상당의 외화 예금과 2861만원 상당의 해외 주식을 보유했다.

외화 자산은 환율에 따라 원화 평가액이 날마다 크게 증감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재산 신고 서류 작성 후 현재까지만 보더라도 원화 기준 재산이 큰 폭으로 늘었다.

신 후보자와 가족의 해외 금융 자산과 부동산은 임의로 지난 달 20일의 매매기준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됐는데, 이후 중동 상황 악화로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지난달 20일 1499.7원에서 이달 1일 1530.5원으로 단기간에 2% 넘게 치솟았다가 3일 1518.8원으로 내렸다.

그 사이 신 후보자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 평가액도 한때 최대 1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신 후보자가 1982년 병역을 마치고 영국 대학에 진학한 뒤 44년여 동안 해외에 거주했던 점을 고려하면 외화 자산 비중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역대 한국은행 총재들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이창용 현 총재의 경우 전체 재산 54억5260만원 가운데 외화 자산 비중은 5.5% 수준이었다.

더욱이 한은 총재로서 임기 중 이런 자산 구조를 유지할 경우, 이해충돌 논란 소지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례로 외환당국의 다른 한축이던 옛 기획재정부의 최상목 전 장관은 약 2억원을 미국 국채에 투자한 사실이 지난해 3월 재산공개로 드러나 ‘강(强)달러’에 베팅했다는 비판을 받자, 이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야권은 “심각한 범죄”, “명백한 배임”이라고 최 전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논의에서 다주택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외환 정책 결정에서 대규모 외화 자산 보유자도 배제하는 것이 마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중순께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신 후보자의 외환시장 안정 의지가 집중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