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국가는 부유하지만 국민은 가난하다.’(國富民窮)

‘잃어버린 10년’을 맞기 전 일본과 고도 성장기를 막 지난 중국에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말이다.

최근 한국의 모습이 두 이웃나라와 닮아가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지만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일반 서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143.3%에서 2014년 162.9%로 늘었다. OECD 회원국 내 순위로는 12위에서 8위로 4계단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7%포인트 상승한 169.9%를 기록해 캐나다(2014년 166.4%)를 제치고 7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비율이 이처럼 높다는 것은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등을 내고 남은 돈으로 빚을 모두 갚을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올 6월 말 1257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호조로 빚을 감당할 여력이 있었지만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상향에 따른 시중금리 줄인상이 현실화하면 가계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관련 당국의 경계감도 짙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가계대출 실태를 점검하고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대외적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소식도 반갑게 들리지 않고 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상향 조정했다. 전체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영국, 프랑스와 같은 수준이자 일본보다 두 단계 높은 것이다. 여기에 다른 평가사인 피치도 지난달 연례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평가사는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대외건전성 개선, 충분한 재정ㆍ통화정책 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2.6%의 경제성장률이 0∼1%대 수준인 선진국 성장세를 웃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비관적 수준의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2분기에 전기대비 0.4% 감소해 1년 9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 목표는 11년째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에 소득까지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앞으로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반기에 기업 구조조정 후유증이 본격화되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여력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로 내렸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그렇지만 당장 재정 확대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어 문제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과잉 유동성ㆍ과잉 부채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의 효과보다 비용이 클 수 있다”면서 “한국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재정 건전성이 높아 재정을 활용한 정책적 접근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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