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15일 한화오션의 급식·세탁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 업체 노조(웰리브)가 한화오션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또 이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차 구내식당, 경비 등의 업무를 맡는 하청 업체의 노조가 현대차와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생산과 직접 상관이 없는 비(非)핵심 업무까지 원청 대기업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것이다. 이는 비핵심 업무를 외주화해 온 국내 산업계의 도급 체계 전반을 뒤흔들 판단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의 거센 후폭풍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제어하며 당초 취지인 사회적 약자의 교섭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놓였다.
중노위는 이날 “조리실, 세탁실, 통근 버스 등 작업장의 노후 시설 및 설비 개선은 소유자인 한화오션의 협조·승인 없이 하청 사용자인 웰리브 단독으로 이행할 수 없다”며 “노조가 요구한 산업 안전, 작업 환경 의제에 대해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초심 판정을 맡았던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이 웰리브 노조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판단을 유보한 채 교섭 의무를 인정해 논란이 일었는데, 중노위가 이날 사용자성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한편 울산지노위는 공장·연구소에서 차량 제작 업무를 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뿐 아니라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지회, 공장 보안·경비 등 업무를 하는 현대차보안 지회 등에 대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은 비핵심 업무를 사실상 도급 등으로 외주화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업무 구조 시스템에 큰 변화를 몰고 올 트리거가 될 수 있다. 국내 제조 업체들은 구내식당, 청소, 경비, 셔틀버스, 물류, 시설 관리 등 업무를 외주화해 협력 업체에 맡겨왔다. 협력 업체를 활용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게 외주의 기본 취지인데, 사용자 책임까지 지게 되면 직접 고용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최근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일고 있는 ‘N% 성과급’이 이들 하청 업체 노동자들로 확산될 소지도 크다.
현재도 대기업 노사는 임금·성과급·복지 문제를 두고 매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사내 하청·협력 업체 등까지 가세하면 교섭 테이블이 사실상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협력사 수만 8500여개에 달한다. 수많은 하청 노조와 별도의 협상을 해야 하고 결렬시 소송전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정상적 경영은 불가능하다. 노봉법 통과 이전부터 지적돼 오던 사항이다. 교섭 폭증과 소송전에 지친 기업들은 결국 외주 축소나 자동화 투자로 방향을 트는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다. 노봉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 조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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