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G밸리 노재환 논설위원 기자]유년의 서정을 마주한다는 건-유년 시절은 내게 있어 하나의 서정이다. 그래서 내 삶에 있어 유년의 발자취는 지금까지도 내게 있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세상 어느 곳이 이토록 깊은 의미의 속살을 가지고 있겠는가. 나는 과거의 먼지와 때 묻은 유년 시절의 절절함 그리고 가난과 안개처럼 자리한 탑들 속을 거닐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만난다.그렇게 살아온 삶. 풀풀 날리는 먼지 덮인 논둑에 앉아 이름 모를 들풀들을 쥐어뜯으며 배를 움켜 줘야만했었고, 한없이 흐르는 콧물을 손등과 옷소매로 훔치며 자랐다. 길바닥에 넘어져 무릎이 까지면 손으로 꼭 누르고 피가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동무들의 놀이에 합류하고는 했다. 나의 삶 언저리에는 과거의 모든 삶의 모습들이 녹아내려 파노라마처럼 밀려오곤 한다. 그리고 그곳엔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시간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나가는 아이들 가운데 누구든 톡 건드리면 고개를 돌리는 아이의 얼굴에서 나를 발견한다. 시끌벅적한 서울 한복판에서 내가 그래도 눈을 지그시 감고 가만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은 내 어린 시절 시간의 강물이 내 심장을 조용히 흐르기 때문이다. 심장이 절로 그리움으로 뛰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생의 모든 시간이 연둣빛 새순으로 피어난다. 나이가 들었으나 나를 관통하는 시간이 푸르다는 사실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명리학 특강을 위해 강단에 섰다. 나의 강의를 듣기위해 모여든 학생들을 보며, 이미 인생의 중장기를 뛰어 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의지에 불타있는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득 삶의 평화는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그들의 눈빛을 통해 깨닫는 순간이다.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단정 지으며 살아왔던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무엇을 찾고 무엇을 소유하려고만 했던 모든 것이 역설적이게도 잃음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서야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소유와 얻음은 이슬과 같고 그림자와도 같은 것이었을 뿐이다. 내가 내 것이라고 추구하는 모든 것이 개념이었다는 사실의 허망함을 이제 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데이비드 스피글 교수는 유방암이 진행된 여성을 상대로 통증을 완화하는 자기최면요법을 시행했다. 10년 동안 관찰한 결과 자기최면요법을 시행한 그룹의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2배나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강한 의지만 있으면 우리의 신체는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며 병을 다스릴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는 과거의 생각이 나타난 모습이다. 생각은 기를 발생시키고 기는 동질의 기운에 감응한다. 좋은 기는 좋은 기운을 불러들여 좋은 일을 발생시키고 부정적인 기는 나쁜 기운을 불러들여 안 좋은 일을 발생시킨다.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인간의 신념이 필요한 일들을 생각하면 쉽게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미 지난 결정에 대한 한탄 등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은 알아야한다. 시시때때로 후회하고 아파한들 발생하는 것은 부정적인 파동뿐이고, 그것이 자기와 가족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잊을 말은 잊어야 하고 잊을 일은 잊어야 한다. 과거의 치밀어 오르는 생각마저도 다 놓을 수 있으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비워진 그 자리에 의지의 씨앗을 심어보자. 인간에게 있어 의지는 곧 살아가는 지렛대이며 힘이다. 의지마저 없다면 그 삶은 암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지라는 것은 반드시 살려야 하며 자기암시를 통해 긍정성과 적극성의 자양분으로 키워야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겉만을 말하고 겉만을 추구했던 삶 속에서 안을 잃고 살아왔던 것 같다. 사랑을 말하나 사랑을 모르고, 자비를 말하나 자비를 알지 못했다. 사랑의 본질은 이해이고 자비의 본질은 연민이다. 이해와 연민 없이 사랑과 자비를 말해온 날들이 문득 부끄럽다. 그렇다면 당신은 원하는 것에 대한 간절함이 있는가? 혹여 기존부터 지녀왔던 지식에 의존해 그대로 머물러 갉아먹고 있진 않은가?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세삼 노을을 바라보며, 내 삶은 허망함의 연속이었음을 느낀다. 삶의 고운 빛 하나 가지지 못한 내 삶은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던가. 생의 어느 한때를 나는 저 노을처럼 산 적이 있었던가. 무엇을 이루기 위해 피를 토하며 살아온 시간이 있었던가. 가만히 곱씹어 보니 없었다. 노력하지 않은 시간들은 결코 아름다운 색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노을 앞에서는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났다. 삶의 모든 시간과 자신에게 미안했다. 삶에 고운 빛 하나 물들이지 못한 시간을 향한 죄의식이 노을빛을 따라 강하게 명치를 강타해 왔다. 이 아픈 후회가 다시 일어서는 동력이 되기를 나는 기도했다.노을이 지고 난 그 자리에도 다시 해가 찾아온다. 다시 찾아온 새날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지렁이가 돼 거주하는 땅의 모든 식물들이 잘 자라는 기름진 땅을 만들 듯 나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름진 삶을 주기로 다짐해본다. 꼬물꼬물 뭉쳐져 작은 산을 끊임없이 이뤄내는 지렁이의 배설물처럼 몸속의 유기물들을 쏟아내듯 나와 주변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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