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 진도 7.1 강진 강타

TSMC·소니·후지필름 등 반도체기업 밀집

직원 대피…토요타·혼다는 생산라인 멈춰

일본제지 굴뚝 무너지고 교통망 올스톱

이온몰, 지진 강타 뒤 LPG 폭발 가능성

“10년전 지진 부른 히나구 단층 재활성화”

후속강진 경고에 붕괴위험·폭염 수색 난항

일본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에서 28일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일본제지 야쓰시로 공장의 굴뚝이 무너져 내렸다.  지진 직후 이 공장에는 11명의 근로자가 갇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2명은 심정지 상태 발견됐으며, 나머지 9명은 29일 오전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로이터]
일본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에서 28일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일본제지 야쓰시로 공장의 굴뚝이 무너져 내렸다. 지진 직후 이 공장에는 11명의 근로자가 갇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2명은 심정지 상태 발견됐으며, 나머지 9명은 29일 오전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로이터]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28일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반도체 허브’로 불리는 이 지역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TSMC와 소니, 후지필름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은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켰으며, 도요타와 혼다 등 완성차 업체도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 일본제지 공장의 굴뚝이 무너지고 LPG(액화석유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대형 쇼핑몰 붕괴 사고까지 발생해 인명 피해는 늘고 있다. 신칸센 등 교통망은 사실상 마비됐다. 이번 지진이 10년 전 진도 6.1 규모의 구마모토 지진을 일으킨 히나구 단층이 재활성화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추가 강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폭염까지 겹쳐 수색·복구 작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29일 교도통신·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구마모토현에는 TSMC 등 다수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산업계 피해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전날 발생한 강진에 구마모토 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일시적으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TSMC 공장에서는 최대 진도 5강의 흔들림이 관측됐으며, 대피한 직원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건설 중인 제2공장은 지진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여진 가능성을 고려해 일부 공사가 중단됐다.

소니그룹도 기쿠요초 이미지센서 제1공장과 고시시의 제2공장에서 모든 직원이 건물 밖으로 대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쿠요초에서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관련 소재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는 후지필름 역시 전 직원을 대피시켰으며, 아직까지 공장이나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생산 거점인 가와시리공장과 니시키공장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TOPPAN홀딩스는 다마나시에 있는 반도체 및 패키징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다음 날 조업 재개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도카이카본도 지진 발생 후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탄소 소재를 생산하는 다노우라공장의 가동 설비를 멈췄다. 이 공장은 반도체 기판인 실리콘 웨이퍼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소모성 자제를 생산하는 곳으로,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야쓰시로시에 있는 일본제지 공장에서도 굴뚝 일부가 무너지면서 2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고 직원 9명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 공장의 가동은 전면 중단됐다.

자동차업계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도요타자동차의 생산 자회사인 도요타자동차규슈는 후쿠오카현 내 3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29일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혼다는 이륜차 등을 생산하는 구마모토제작소의 가동을 29일 저녁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진 당시 작동한 스프링클러로 일부 공장에 누수와 침수가 발생했지만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오후 일본 규슈 서부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규모 7.1 강진으로 대형 쇼핑몰 일부가 봉괴돼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일본 규슈 서부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규모 7.1 강진으로 대형 쇼핑몰 일부가 봉괴돼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구마모토현 가시마마치의 이온몰 붕괴 사고는 지진 직후 손상된 설비의 가스 누출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지진으로 손상된 공조설비에서 액화석유가스(LPG)가 새어 나와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구조대는 건물 내부에 가스가 가득 찬 상태를 확인한 뒤 가스 공급을 차단하고 구조 작업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쇼핑몰은 전날 오후 4시 30분께 구마모토현 우키시 인근에서 규모 7.1 강진이 발생하자 방문객 200여 명이 대피했다. 그리고 오후 6시께 폭발음과 함께 건물 지붕과 벽면 등 일부가 무너졌다.

구와나 가즈노리 도쿄이과대학 교수(화재과학)는 “대형 상업시설은 많은 양의 가스를 사용하는 만큼,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폭발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가스 누출로 석유화학단지에서 대규모 화재와 폭발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히로이 유 도쿄대 교수(도시방재학)는 “지진 발생 후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건물에서는 즉시 대피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붕괴 위험 여부뿐 아니라 방화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 역시 10년 전 구마모토 지진과 마찬가지로 육지 단층이 수평 방향으로 어긋나는 ‘주향이동형’으로 분석했다. 진앙은 2016년 지진의 원인이 된 히나구 단층대 인근으로, 당시 진원과 약 20㎞ 떨어져 있지만 깊이는 비교적 얕았다.

가토 아이타로 도쿄대 교수는 “2016년 지진 당시 완전히 파열되지 않고 남아 있던 단층이 움직이면서 이번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