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벼가 자라는 동안 기온이 30도를 넘긴 날이 하루가 늘 때마다 쌀 수확량이 1% 안팎 줄어든다.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가 아니라 30도를 넘긴 날이 며칠이었는지가 수확을 갈랐다. 이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니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 세계 쌀 생산량은 8.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제 기후 모델이 내놓던 3.8%의 두 배가 넘는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31호에 따르면 현재의 작물 모델들이 더위가 벼에 주는 타격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해 계산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베이징대 저우펑·왕쉬후이 교수 연구팀과 미국 컬럼비아대,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필리핀 국제벼연구소(IRRI)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기온’보단 ‘30도를 넘긴 날수’가 영향이 컸다
지금까지 기후변화가 쌀 수확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할 때는 두 가지가 뒤섞여 있었다. 한 철 평균기온이 오르는 것과 폭염이 몇 번 오는 것이다.
둘은 벼를 다르게 괴롭힌다. 평균기온이 오르면 벼가 서둘러 자라 몸집을 덜 키운다. 서서히 진행되는 손해다. 반면 며칠 짜리 폭염은 이삭이 나오고 낟알이 차는 결정적인 시기를 정면으로 때린다.
이걸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린 게 문제였다. 그동안 나온 연구들의 예측치는 1도당 2.3%에서 8.3%까지 흩어져 있었다.
연구팀은 논에 실제로 열을 가하는 실험 자료를 모았다. 기존 논문에서 17곳 128건을 추렸고, 중국 주요 벼 재배지 12곳에서 직접 실험해 86건을 더했다. 연구팀은 이 자료가 세계 벼 재배지 기후의 80% 정도를 대표한다고 밝혔다.
계산 결과, 30도를 넘는 날이 하루 늘 때마다 수확량은 0.9~1.6% 줄었다. 30도 아래 구간에서는 날수가 늘어도 수확량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실험 지역의 70% 이상에서 이 폭염 노출이 전체 피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폭염이 심해질수록 벼는 자랐는데 쌀알이 없었다
연구팀은 피해가 어디서 발생하는지를 둘로 나눠 봤다. 벼 전체가 만들어낸 몸무게와, 그 몸무게 중 낟알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줄어든 쪽은 후자였다. 벼는 그럭저럭 자랐는데 낟알로 가는 몫이 사라졌다. 나무는 무성한데 열매가 안 달린 격이다.
시기별로 보면 이삭이 나오고 낟알이 차는 시기에 30도를 넘기면 하루당 수확량이 1.1~1.8% 줄었다. 벼가 꽃을 피울 무렵 더위가 닥치면 꽃가루가 제 기능을 못 해 낟알이 아예 맺히지 않는다. 껍질만 있고 속이 빈 쭉정이가 된다. 줄기에 있던 질소가 낟알로 옮겨가는 통로도 막혔다.
잎과 줄기가 자라는 이른 시기에는 양상이 달랐다. 35도를 넘는 날이 하루 늘 때마다 벼의 몸집이 1.4%, 수확량이 1.5% 줄었다. 광합성 능력과 엽록소, 잎 면적이 함께 떨어졌다. 이삭 시기보다는 타격이 작았다.
연구팀은 세계 곳곳의 작물 수확을 예측하는 데 쓰이는 모델 7개를 실험 결과와 맞대 봤다.
대부분이 폭염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30도를 넘는 날이 늘어도 수확량 예측치가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 반응을 보인 것은 3개뿐이었고 그마저도 하루당 0.1~0.4% 감소로 잡았다. 실제 관측치인 0.9%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35도를 넘는 극단적 더위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모델은 하루당 0.3~1.3%로 봤지만 관측치는 1.6%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
지역별로 보면 파키스탄과 인도, 방글라데시의 수확 감소 전망치는 2.1%에서 6.6%로 세 배 넘게 뛰었다. 태국과 필리핀, 미얀마는 3.7%에서 7.7%로 올라갔다. 원래 더운 곳이라 30도를 넘는 날이 많은 탓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의 상향 폭은 2%포인트 미만이었다.
지역 차이를 만든 것은 뜻밖의 요인이었다. 연구팀이 기후 조건과 토양, 농법을 놓고 따져보니 같은 더위에도 피해 정도가 다른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한 것은 토양이었다. 유기물과 점토 함량 같은 토질이 좋은 곳은 더위를 어느 정도 버텨냈다. 기후 조건이나 비료 사용량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더위에 강한 품종 보급과 물 관리 개선, 토양 개량을 지역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2일 21세기 중반 기후를 재현한 모의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평년보다 기온이 2.9도 높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537ppm인 조건에서 벼의 마른 무게는 9.45% 늘어났다. 몸집은 커진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여문 낟알 비율은 4% 안팎 떨어지고, 쌀알에 금이 가는 비율은 3.5% 높아졌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실험은 물을 충분히 댄 논에서 온도만 바꿔 진행됐다. 물이나 양분 부족이 섞이지 않아 더위의 효과만 떼어낼 수 있었지만, 실제 농가 논과는 조건이 다르다. 물을 대는 논은 물이 증발하면서 벼 주변 온도가 공기보다 낮아지는 데 이 효과가 계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반대로 비에만 의존하는 논은 더위와 물 부족이 겹쳐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adv.aed9226
논문 정보 : Yiwei Jian et al. ,Vulnerability to high temperature shapes global warming impacts on rice yield.Sci. Adv.12,eaed9226(2026).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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