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시 종합개선 방안’ 마련
기술이전 시 계약총액 뻥튀기 차단
계약금·마일스톤·로열티 등 세분화
보도자료에 과장성 수식어 사용 지양
업계 “개발지연 등 악재 공시 강화를”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의 고질적인 폐단으로 지적되어 온 ‘조 단위 기술이전 착시 공시’에 금융당국이 강력한 수술대를 대기로 했다.
‘2조원 대박’이라는 화려한 헤드라인 뒤에 숨어 있던 조건부 마일스톤의 착시를 걷어내고, 반환 의무가 없는 실제 계약금과 향후 수취 조건 등을 투명하게 쪼개어 공시하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시장에서는 “일부 기업의 깜깜이 공시로 묶여 손가락질받던 바이오 업계 전반의 신뢰를 회복할 계기”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외부 자문위원 및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기술이전 공시 체계 세분화를 비롯해 상장 공모가 산정 기준 표준화, 언론보도 가이드라인 제정 등 공시 전반의 개편에 나선다고 밝혔다.
▶‘조 단위 대박’ 허수 차단…수수료 성격 세분화 공시=이번 개편의 핵심은 단연 기술이전 계약 공시다. 기존에는 계약 총액 중심의 공시가 이뤄지면서, 선급금(업프론트 피)과 단계별 마일스톤의 구분이 모호해 실제 체결 즉시 들어오는 돈인지 임상에 성공해야 받는 조건부 금액인지 투자자가 구분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반환 의무가 없는 확정 계약금이 총액의 1% 수준에 불과함에도, 임상 실패 시 단 한 돈도 받을 수 없는 마일스톤과 로열티까지 합산한 ‘조 단위 계약’을 앞세워 주가를 부양해 왔다. 심지어 개발 지연이나 기술 반환, 계약 해지 등 불리한 악재가 발생했을 때는 이를 제때 명확히 공시하지 않고 늑장 대응해 투자자 피해를 키우는 사례도 빈번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기술이전 계약 시 ▷지급이 확정된 ‘계약금’ ▷임상 단계별 ‘개발 마일스톤’ ▷상업화에 따른 ‘허가·판매 마일스톤’ ▷매출 연동 ‘로열티’를 항목별로 명확히 구분하여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각 금액의 지급 조건과 성격은 물론, 계약 상대방을 비공개하더라도 상대 기업의 규모나 사업 역량 등 최소한의 정보는 함께 제시해야 한다.
▶선행매매·깜깜이 악재 차단…업계 “투명성 확보 계기”=공시 전 보도자료나 구두 취재를 통해 핵심 정보가 먼저 유출되고, 내부 임직원이나 관계자들이 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파는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 문제도 수술대에 오른다.
금감원은 중요 정보의 공시 우선 제공 원칙을 재확인하고 보도자료 배포 전 내부 승인 절차 마련을 권고했다. 아울러 ‘꿈의 신약’, ‘승인 임박’ 등 객관적 임상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은 과장성 수식어의 사용을 지양하도록 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번 공시 개편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선급금이나 마일스톤 구분이 모호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었다”며 “개발 지연이나 기술 반환 같은 악재에 대해서도 시장에 명확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체계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이 말하는 공시를 투자자가 직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시로 바꾸는 첫걸음”이라며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엄격히 점검하고 필요시 정정 요구 등을 통해 시장의 정보 격차를 적극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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