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재정에 빨간불이 속속 켜지고 있다. 경기도의 ‘재정 비상경영’ 선언은 단순히 한 지역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의미로만 볼 일이 아니다. 이제 지방자치도 ‘돈을 책임지는 자치’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는 신호로 풀이된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전면적인 재정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추진 사업을 포함해 세출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불요불급한 사업은 줄여 민생과 안전에 재원을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경기도의 상황을 보면서 ‘재정위기단체’라는 말이 떠올랐다. 세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출과 채무가 누적돼 정상적인 행정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지자체를 의미하며,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한다. 다행히 경기도는 재정위기단체도 ‘재정주의단체’로도 지정될 수준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대전, 세종 등에서도 대형 사업, 지방채, 공공시설 유지비 등을 둘러싼 재정 부담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는 광역단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천에서도 지난달 행정구역 개편으로 새로 출범한 4개 기초단체가 인건비를 확보하지 못할 정도의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기초단체까지 재정 압박을 호소한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특정 지자체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방세 수입의 한계, 복지지출 증가, 공공시설 유지비 증가 등 공통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출을 계속 줄일 수도 없다. 재정 여건이 나빠질수록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이 지방정부의 실력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방정부가 사업을 줄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로와 문화시설을 새로 지으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된다. 반면 사업을 취소하고 예산을 삭감하면 합리적인 결정이라도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정치적 유혹이 따라붙는 이유다.

그러나 사업은 이전보다 이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설을 짓는 데 들어간 돈보다 운영비, 인건비, 유지·보수비 등이 더 오래 지방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방채 역시 당장의 재원 부족을 해결할 수 있지만 결국 미래의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지역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계속 늘린다면 미래 세대에 청구서를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재정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작은 사업과 보조금·출연금이 쌓이고 고정지출이 늘면서 서서히 재정의 선택지는 줄어든다. 때문에 지방재정 비상경영은 위기가 터진 뒤가 아니라 위기가 오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주민에게 세금을 걷는 지방정부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신규 사업 시에는 건설비뿐 아니라 장기간의 운영비까지 따져야 한다. 단체장의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선순위가 유지돼서는 안 된다. 사업을 시작할 용기만큼이나 접을 용기가 지방정부에게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성적표는 예산을 얼마나 많이 썼느냐가 아니다. 한정된 세금으로 주민에게 필요한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했고, 다음 세대에 얼마나 건강한 재정을 물려줬느냐가 진정한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

지방정부도 이제 비상경영을 일상적 재정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돈 쓰는 자치’가 성과로 평가받는 시대는 지나가야 한다. 오늘의 지출이 내일의 재정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상윤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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