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00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역인 광주 군 공항의 기능을 2028년 말까지 다른 기지로 소산(疏散·분산)하기로 했다. 광주의 공군 제1전투비행단 기능을 분산하는 목표 시점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군 내부에서 예상한 ‘최소 3년’보다 1년 이상 앞당긴 일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메가 프로젝트 민관합동 제2차 점검회의’를 열고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을 지을 때 발표부터 양산까지 약 3년 걸린 사례를 들며 “이에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 집행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국판 구마모토 프로젝트’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TSMC 구마모토 공장은 축구장 29개 규모인 21만㎡ 부지에 들어서 있다. 2021년 계획 발표 이후 양산까지 2년 8개월이 걸렸다. 원래 이 곳은 농지였는데 보통 2년이 걸리는 공장용지 변경 절차가 단 4개월 만에 마무리되는 등 이례적 속도전으로 ‘구마모토의 기적’이라 불린다. 일본 정부가 공장 건설비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4조원 넘는 보조금을 지원했고, 지자체와 함께 용지 확보, 인허가, 환경영향평가를 앞당기며 공업용수와 도로까지 직접 해결해 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 이미지센서 1위인 소니가 TSMC와 손잡고 구마모토 소니공장에서 차세대 이미지센서를 공동 생산하는 ‘1조엔 동맹’을 맺었다. 구마모토가 일본 반도체 부활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이유다.

TSMC 공장 가동 이후 구마모토는 환골탈태했다. 소재, 부품, 장비, 이른바 소부장 기업들은 물론 호텔 등의 신규 투자와 이전도 이어지고 있다. 논밭이었던 곳이 상점가로 바뀌고 주거시설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지역 대학도 반도체 관련 학과를 잇따라 개설하며 지역 인재 채용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관련 경제 효과는 10년간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가 프로젝트의 목표인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성장을 구마모토가 현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경쟁국들은 국가 주도의 하드웨어 강쟁력 확보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소프트웨어 개혁에도 앞서가고 있다.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996 근무(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가 기본이고, 일본은 연장근로를 월·연 단위로 관리한다. 반면 우리는 ‘주 52시간 예외’가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에는 담지 못했으나 메가특구 특별법에는 반영될 것으로 봤지만 이번에도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향후 1년의 골든타임’을 살리려면 청와대가 노동계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동계도 국가적 대업에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