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월 목표 인센티브 평균임금 포함 판결 이후

M&A 한 건 값 웃도는 증가액

“2~3년 전 불황기였으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

엇갈린 성과급 판결에 기업들 불확실성에 고통

재계 “‘영업익 N% 성과급’도 명확한 기준 필요”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 1월 대법원이 삼성전자 ‘목표 인센티브(TAI)’를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퇴직급여비용이 1년 새 약 7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법 판단이 기업의 비용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 요구’까지 확산하면서 재계에서는 법적인 혼란이 벌어지기 전에 정부에서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확정급여제도 관련 퇴직급여비용은 올해 상반기 1조39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47억원보다 6976억원(100.4%) 증가했다.

7000억원에 달하는 이 금액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만을 통해 인수한 사운드 유나이티드(약 5000억원)를 웃도는 규모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투입한 금액(약 2675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 안팎에 달한다.

비용 증가의 대부분은 과거근무원가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의 과거근무원가는 지난해 상반기 마이너스 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151억원으로 7152억원 증가했다.

과거근무원가란 퇴직금 계산 기준이 달라지면서 임직원이 이미 근무한 기간에 대해 새로 늘어난 퇴직급여 예상액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보고서에서 “과거근무원가에는 평균임금 범위 변경 판결에 따라 확정급여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법원 판결과 노조 요구 등으로 기업이 예측하기 어려운 인건비 부담이 잇따라 커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반도체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100조원이 넘어가니 7000억원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만약 2~3년 전 불황기에 이런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균임금 인정 범위 확대 판결 뿐 아니라 최근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 등 예측하지 못하는 문제가 계속 확대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대법원은 1·2심 판결을 뒤집고 삼성전자가 연 2회 지급하는 목표 인센티브(TAI)가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며 퇴직금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TAI의 경우 직원이 근로의 대가로 기대할 수 있는 확정적 임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또 매출 등 조직 성과가 근로자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반면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일부를 재원으로 연 1회 지급하는 성과 인센티브(OPI·옛 PS)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VA는 시장 상황과 자본비용, 경영 판단 등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판결 당시 산업계에서는 두 인센티브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목표 인센티브(TAI) 평가 항목 가운데 매출 부분은 성과 인센티브(OPI)처럼 노동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좌우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쉽다”고 평했다.

성과급의 일부가 퇴직금으로 인정받는 삼성전자의 사례가 나오면서, 이후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줄소송이 이어졌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생산성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 등 삼성전자와 비슷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취업규칙’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판결에서는 성과급을 퇴직금에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성과급을 취업규칙에 명시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치였는데, 법원이 이를 근거로 사측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면서 사측은 성과급 협의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선의를 배풀어서 취업규칙에 명시한 건데, 잘한 기업에게 더 많은 퇴직급여 부담을 지우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은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도록 성과급을 고정시키지 않고 경영 상황에 따라 재량으로 주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노동 현장의 문제가 노사 합의와 자율적인 선택보다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하나의 판례가 전체 기업의 보상체계와 인건비 구조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재판부의 성향이나 경향성에 따라 판결이 바뀌면서 기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영업이익 N%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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