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수면무호흡 ‘앱노트랙’ 이어 한독과 수면리듬 ‘크로노트랙’ 판매망 확보

2주 수면일기 스마트폰이 자동 기록…법정비급여 적용으로 즉시 처방

한국인 56% 올빼미족 데이터 겨냥…‘약물·DTx·진단’ 융합 생태계 완성

김미연 한독 사장(왼쪽)과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가 지난 19일 크로노트랙 국내 유통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에이슬립 제공]
김미연 한독 사장(왼쪽)과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가 지난 19일 크로노트랙 국내 유통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에이슬립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스마트폰 하나로 숨소리를 분석해 수면 질환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에이슬립이 IT·가전·금융 등 일상 웰니스 영역을 넘어 전통 제약사들의 처방 시장까지 잇따라 침투하고 있다. 국내 전통 제약사들의 러브콜을 잇따라 받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처방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슬립은 한독과 수면리듬 기록 디지털의료기기 ‘크로노트랙’의 국내 유통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월 종근당과 수면무호흡증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앱노트랙’ 공동판매를 시작한 지 약 7개월 만에 성사된 두 번째 제약 유통망 진입이다.

이번에 한독이 선택한 크로노트랙은 불면증 및 수면리듬장애 진료의 핵심 절차였던 ‘2주 수면일기’를 디지털로 대체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그동안 환자가 매일 아침 기억에 의존해 손으로 수면 시간과 기상 시간을 적던 방식은 작성 부담으로 인해 환자 순응도가 낮고 주관적 오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크로노트랙은 스마트폰을 침대 옆에 두는 것만으로 14일간의 호흡 소리와 수면 움직임을 자동 추적해 크로노타입(수면 유형), 수면규칙성지수(SRI), 사회적 시차 등을 의료진 리포트로 산출해 낸다. 별도의 신규 수가 신설 절차 없이 즉시 처방이 가능한 ‘법정비급여’ 항목이라는 점도 병·의원 도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요인이다.

에이슬립의 연속된 제약사 파트너십 배경에는 대규모 실측 데이터와 수면 규칙성의 중요성이 자리 잡고 있다. 에이슬립이 국내 37만여명의 556만여일 치 수면 빅데이터를 분석한 ‘2026 연간 수면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56.2%가 저녁형인 ‘올빼미족’으로 글로벌 평균의 약 2배에 달했다. 평균 입면 시각 역시 0시 51분으로 주요국 중 가장 늦었으며, 입면이 늦어질수록 수면 효율은 평소 83.8%에서 새벽 3시 이후 76.2%까지 급락했다.

학계에서도 수면 규칙성은 단순 수면 시간보다 건강에 더 결정적인 지표로 꼽힌다. 2024년 국제학술지 ‘슬립(SLEEP)’에 실린 영국 바이오뱅크 6만여명 분석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한 그룹은 불규칙한 그룹 대비 사망 위험이 최대 48% 낮았다. 크로노트랙이 제공하는 SRI가 바로 이 연구의 표준 지표로 쓰였다.

이처럼 정밀한 진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에이슬립의 기술력은 제약사들의 ‘융합형 질환 관리 모델’ 니즈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앞서 종근당은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포트폴리오와 앱노트랙의 조기 선별 기능을 결합해 출시 6개월 만에 전국 400개 이상 병·의원과 10개 이상 상급종합병원에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한독 역시 기존 불면증 전문의약품 라인업과 국내 1호 처방형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에 크로노트랙의 정밀 진단·기록 기능을 결합한다. 이를 통해 ‘진단·평가(크로노트랙),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슬립큐), 전문의약품 처방’으로 이어지는 ‘한독 슬립 사이언스’ 전주기 케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에이슬립이 단기간에 제약사들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탄탄한 기술 검증과 독보적인 사업화 연혁이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설립된 에이슬립은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각각 시리즈 A,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9000만달러(약 1200억원) 규모로 고속 성장했다.

설립 초기부터 기술력 검증에 집중한 에이슬립은 분당서울대병원,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등과의 공동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JMIR mHealth and uHealth’에 게재하며 국내외 11종 상용 수면 측정 기기 중 성능 1위를 달성했다. 미국국립수면재단(NSF), 오픈AI(OpenAI) 본사 협력 기업 선정, 글로벌 슬립테크 표준 제정 참여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에이슬립은 LG전자, SK텔레콤(에이닷 탑재), 삼성전자(갤럭시탭 빌트인 앱 탑재), 삼성생명(더헬스), 경동나비엔, 정관장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과 잇따라 협업하며 일상 속 ‘B2C 수면 웰니스’ 생태계를 촘촘히 다졌다.

나아가 에이슬립은 헬스케어 디바이스 기업 텐마인즈와 협력해 AI 모션필로우 및 차세대 수면 로봇 ‘AI 슬립봇 프로’에 수면 측정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등 하드웨어 융합을 통한 일상 케어 영역으로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에이슬립의 이러한 확장은 소프트웨어의 높은 임상적 신뢰도를 전통 제약사의 강력한 영업망과 결합해 초기 처방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하드웨어 연동을 통해 일상 데이터까지 수직계열화하는 ‘데이터 기반 전주기 헬스케어’의 표준 사업화 모델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의약품과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융복합 시대에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수면 기록이 모든 치료의 출발점”이라며 “앱노트랙으로 입증한 전국 병·의원 확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독과 함께 크로노트랙의 의료 현장 안착을 성공시켜 불면·수면리듬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