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미국은 연평균 50% 달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해 적은 투자금액도 낮은 수수료로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자산관리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자본시장리뷰 여름호에 게재한 ‘로보어드바이저가 미국 자산관리 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비대면 규제를 완화해 혁신적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출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08년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기업인 베터먼트가 설립 된 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해 2월 말 기준 155개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운용 규모는 연평균 48.5% 급증했다. 계좌수( 208만 7000)는 200만을 돌파했고 계좌당 평균 투자금액도 약 10만달러에 달한다.

신탁형이 대세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일임자산이 79.7%를 차지, 당초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취지에 맞는 자산관리서비스가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시장이 커지면서 미국 대형 금융사도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전문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유명한 블랙록은 지난해 8월 온라인 투자자문사 퓨처어드바이저를 약 2억 달러에 인수했고, 뱅가드는 기존 ETF상품을 로보어드바이저와 결합한 상품을 내놓았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운영규모가 2020년 2조 2000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비대면 규제가 없었던 것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보급이 대중화될 때부터 이미 온라인 등으로 투자자문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있어 2008년 로보어드바이저가 출현했고, 현재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가 존재하는 생태계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비대면 규제를 완화해 혁신적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출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재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활용은 걸음마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기본 운용 방안’을 발표하며 로보어드바이저 비대면 일임계약여부는 당분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업계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 자문·일임업 등록자 등에게는 비대면 투자 권유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주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비대면으로 금융투자상품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 한계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일정 수준 미만의 소액 투자는 로보어드바이저 등 AI 서비스 활용을 자유롭게 하면서 핀테크 서비스의 활성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류혁선 미래에셋증권 투자솔루션부문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설명 의무를 다하는가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투자자의 선택 확대를 위해 비대면 일임계약이 허용돼야 한다”며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의 위험성은 충분히 알릴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저렴한 비용과 접근이 쉬운 투자자문’이 핵심이기 때문에 온라인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활용도는 떨어질 밖에 없다.특히 당국이 기존 금융상품과 똑같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직접 방문해 가입절차를 밟도록 한 만큼 판매채널 증가에 따른 수수료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