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주도 물가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
GDP갭률 1%P 오르면 근원물가 0.1~0.4%P↑
‘GDI 확대’ 수요충격도 근원물가 최대 0.2%P↑
총재 “통화정책 결정 가장 중요한 지표는 근원물가”
“향후 들어오는 데이터, 특히 근원물가의 둔화 추세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여부 및 시기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리며 3년 7개월 만에 ‘백투백(연속)’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인상이 고물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물가 상승 추이가 한은의 후속 인상 여부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향후 국내 근원물가는 반도체가 촉발한 수요 압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한은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최근 반도체 경기 호조로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 확대가 근원물가 상승 압력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원석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 등은 30일 ‘수요주도 물가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수요 압력과 근원물가 상승세가 동시에 높았던 ‘수요주도 고(高)근원물가기’ 네 차례를 분석했다.
해당 시기는 카드사태 이전(2002년 1~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2007년 2분기~2008년 3분기), 금융위기 회복기(2011년 2~4분기), 팬데믹 충격 회복기(2022년 1분기~2024년 1분기)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요주도 고근원물가기에서는 ▷가계 소비여력이 확충되며 소비가 호조 ▷수요측 압력이 높아지면서 비용인상분이 가격에 전가 ▷개별품목들의 가격이 함께 오르는 동조성 강화 ▷팬데믹 이후 개인서비스가 근원물가 상승을 주도 등 네 가지 특징을 보였다.
더 나아가 보고서는 수요주도 물가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추정했다. 그 결과 수요가 강한 국면에서는 GDP갭률이 1%포인트 확대될 때 경기민감물가 상승률은 0.4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기간을 대상으로 집계한 효과(0.11%포인트)보다 네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경기 민감물가가 근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60~90%)을 고려하면 GDP갭률이 1%포인트 확대될 때 근원물가 상승률에는 0.2~0.4%포인트가량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체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한 직접 추정치(0.1%포인트)까지 종합하면 GDP갭률 1%포인트 확대에 따른 근원물가 상승률은 최소 0.1%포인트, 최대 0.4%포인트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GDP갭률이란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잠재 GDP로 나눈 비율이다. 한 나라 경제의 과열이나 침체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GDP갭률이 ‘플러스(+)’면 경기 과열 상태를, ‘마이너스(-)’면 경기 침체 상태를 뜻한다.
동태적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같은 수요 충격이 발생했을 때 수요가 강한 국면에서는 근원물가 상승 폭이 6개 분기 뒤 최대 0.6%포인트까지 확대된 데 비해 약한 국면에서는 3개 분기 뒤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수요가 강할 때 물가 충격이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된다는 뜻이다.
이에 더해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도 근원물가를 추가로 밀어 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수출가격이 오르면서 실질 GDI(국내총소득)가 GDP 성장률을 웃돌면 가계·기업의 실질 구매력이 늘어난다. 보고서는 GDI 확대에 따른 수요 충격이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경우 근원물가에 약 0.05~0.2%포인트의 추가 상방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가지 않고 저축이나 자산 취득에 머물면 실제 물가 전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보고서는 “향후 국내 근원물가는 수요 압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회복세뿐 아니라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 증가가 국내 소비로 파급되는 속도와 강도를 면밀히 점검하고, 근원물가 상승이 광범위하게 확산해 굳어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근원물가 추이를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물가 흐름의 기조를 판단하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는 근원물가”라고 언급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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