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은 옛말이 돼 버렸다. 지금 대한민국은 취업난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고용절벽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제 추석은 두려운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하는 우리네 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선업 근로자, 청년 구직자, 자영업자, 워킹맘 이들이 추석을 앞두고 정부에 던진 화두는 역시 일자리였다.

▶조선업 근로자= 울산의 한 조선업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김민재(44ㆍ가명) 씨, 그는 며칠 전 조선업 희망센터를 다녀왔다. 최근 일감이 눈에 띄게 줄면서 회사가 빚더미에 앉아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 때문이었다. 김 씨는 “회사가 경영 사정이 나빠지면서 주변에 해고된 사람들도 하나, 둘 늘고 있다”며 “추석은커녕 당장 가족 생계를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센터에 갔더니 취업훈련이나 실업급여 등 실직 이후 관련된 지원만 안내받았는데 회사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울산 현대중공업 [사진=헤럴드DB]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울산 현대중공업 [사진=헤럴드DB]

▶청년 구직자=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고 있는 나영민(31ㆍ가명) 씨, 대구 지역에 있는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만 3년째다. 취업만 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취업 사설 학원에 등록해 면접 컨설팅에만 50만원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불합격 통보였다. 그는 지금 공무원 시험을 고민 중이다. 학벌 등 스펙을 안 따져 그나마 채용과정이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 씨는 “정부와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놓고 싸우고 있는데 지역에는 그림의 떡”이라며 “정부가 지역 청년들을 위한 면접비, 교통비 지원과 함께 취업 박람회에도 보다 이름 있는 기업들을 알선해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전 도마큰시장 상인 이상국(55ㆍ가명) 씨는 명절 대목이라 사람은 많은데 정작 실속은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제수 준비 등을 소량으로 하는 탓에 구매 단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변 상인들 중에는 매출 감소에 대비해 미리 물량을 30~40% 줄인 곳도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솔직히 장사할 맛이 안 난다. 소비는 계속 줄고 있는데 직장 다니다 관두고 자영업 하는 사람 많다보니 경쟁만 치열해졌다”며 “정부가 기업 생산, 투자 확대에 힘써 일자리를 많이 늘리면 월급 타는 사람도 많아지고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맘= 이제 갓 돌 지난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이민정(39ㆍ가명) 씨는 5일이나 되는 추석 연휴가 부담이다. 차례에 친지들 인사까지 이래저래 바쁘지만 아이를 맡길 때가 없다. 추석 상여금도 못 받은 지 오래 돼 제사 준비도 최대한 간소하게 하기로 했다. 이 씨는 “명절이라 해도 안 입고 안 쓰는 게 돈 버는 일”이라며 “정부가 아이를 안심하게 맡기고, 눈치 안 보고 휴가 쓸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