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연말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서울시와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도시재생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명박·오세훈 전임 시장이 남긴 ‘뉴타운’의 유산 속에서 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듯했다.
그 토론회를 지금까지 어렴풋이나마 기억하는 이유는 필자가 그 토론회에 패널로 초청받아 참여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 체제에서 SH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변창흠 교수(세종대) 등 소수의 관계자만 참석했지만,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 열의 넘치는 토론이 진행됐다.
당시는 뉴타운의 사업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해 뉴타운 구역마다 해제 요청이 줄을 이을 때다. 뉴타운의 대안으로 여겨지던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앞으로 도시재생보다는 더 규모가 크고 진행 속도가 빠른 새로운 뉴타운이 서울에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기존 뉴타운의 문제점을 시급히 수정·보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뉴타운과 도시재생을 간략히 분류하자면, 뉴타운은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전면 철거방식의 개발법이다. 도시재생은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건물과 골목길 등을 보존하고,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는 개발법이다.
아이디어로서 뉴타운은 실패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한 사례를 보면,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북권에서 아파트 600여 세대를 짓는 재개발사업의 조합원 A는 전용면적 59㎡를 조합원 분양가 1억7500만원에 분양받았다. 이 아파트의 일반 분양가는 3억1000만원이었다.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의 50~60% 수준에 불과했다.
뉴타운은 이런 재개발사업 10여개를 한 덩어리로 묶은 초대형 재개발사업이다. 당연히 뉴타운이 일반 재개발보다 훨씬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뉴타운 조합원들이 재개발 조합원만큼의 이익은커녕,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례가 허다하게 나타났다.
이유를 취재해 보니, 시세의 60~70%에 불과한 공시지가 보상, 개발구역 내 도로·공원 등 공공부지 땅값의 조합원 부담 전가(기부채납), 일반분양가의 80% 수준인 높은 조합원 분양가 등 뉴타운 조합원에게 불리한 조건이 한둘이 아니었다.
서울시민들은 ‘헌집 주면 새집 준다’는 구호에 솔깃해 처음엔 뉴타운에 열광했다. 그러나 입주 직전 수억원에 달하는 ‘추가분담금’ 계산서를 받아들고 거리로 나앉거나,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뉴타운은 그 자체로 사회적 문제거리로 전락했다.
오세훈 시장이 최근 정부의 용산공원 부지 아파트 공급계획에 반대하며, 정부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공급 확대를 주장했다. 결국 12년을 돌고 돌아 ‘더 크고 빠른’ 새로운 뉴타운이 수도권 공급난 해법의 하나로 거론되는 양상이다.
아쉬운 점은 이미 많은 사람이 서울 뉴타운에 꿈을 실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20여년이 흘러버렸다는 사실이다. 정부, 서울시, 시민, 건설사 모두 별 소득 없이 허송세월만 한 꼴이다.
좀 더 일찍 뉴타운을 보완하고 실행을 서둘렀다면 지금보다 부동산 여건이 나아졌을까. 그렇게 단언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수도권 공급난 해결을 위해 용산공원이나 그린벨트 지역을 황급히 주택공급 부지로 검토하는 촌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수한 에디터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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