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와, 드디어 터진다”
지난 5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일대. 끊임없는 굉음과 함께 화려한 불꽃들이 밤하늘을 뒤덮었다.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불꽃 쇼. 이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만 100만명이 몰린 ‘축제의 밤’이었다.
하지만 불꽃이 ‘구경거리’란 사실을 아는 것은 인간뿐. 누군가는 굉음과 섬광을 놀라, 도망치기 위해 한밤중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그야말로 위험한 비행이다. 실제 불꽃놀이 직후 방향을 잃은 새들이 건물 등에 충돌하며, 수천마리가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하는 사례까지 보고된 바 있다.
반려동물 등 도심 속 존재들에게도 ‘불꽃놀이’는 공포의 대상. 패닉 상태에서 숨을 곳을 찾다가 스스로 다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례도 나타난다.
인간들에게도 매캐한 흔적을 남긴다. 불꽃이 사라진 뒤에도 인근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수 시간 이어졌다. 폭발 과정에서 분출된 각종 중금속을 포함한 미세한 입자들이 생성된 결과다.
실제 이번에도 불꽃축제가 끝난 직후 행사장 인근의 대기질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지난 5일 오후 10시 영등포구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21㎍/㎥까지 올라 ‘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서울 평균은 11㎍/㎥. 약 11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세먼지(PM10) 농도 역시 148㎍/㎥로 ‘나쁨’ 수준을 나타냈다. 같은 시간 서울 평균 16㎍/㎥와 비교하면 약 9배다. 이후에도 인근에서는 한동안 높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관측됐다.
불꽃축제 직후 미세먼지가 치솟는 현상은 이전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최윤형 교수 연구팀 등이 지난 2023년 서울세계불꽃축제와 부산불꽃축제 당시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는 불꽃놀이 전 9~12㎍/㎥ 수준이던 초미세먼지 농도가 행사 직후 최대 320㎍/㎥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꽃을 터뜨리기 전과 비교하면 최대 약 32배다. 농도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도 약 3시간이 걸렸다.
불꽃놀이는 단순히 하늘을 밝히는 행사가 아니다. 불꽃이 폭발하고 연소하는 과정에서는 미세입자뿐 아니라 황산염·질산염·유기물, 각종 금속 성분과 그을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화려한 색깔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금속 화합물이 사용된다. 스트론튬은 붉은색, 바륨은 녹색, 구리 화합물은 푸른색 등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지난 2025년 중국 춘절 기간 연구는 불꽃놀이 기간 PM2.5가 사전 기간보다 10.5~226.4% 증가했고, 황산염·질산염·암모늄 등 2차 무기 에어로졸과 함께 칼륨, 염화물 같은 불꽃놀이 지표 성분이 크게 늘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대기오염을 넘어, 수질오염도 우려된다. 불꽃이나 폭죽 잔해에는 불완전 연소된 연료, 첨가제, 금속염, 포장재 찌꺼기가 남는다. 해당 성분들이 결국 강이나 호수로 흘러 들어가, 미생물 활동과 수생 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뉴욕주 올버니에서 2008~2010년 세 차례 불꽃놀이 이후 연못의 수질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불꽃 직후 물속 과염소산염 농도가 평상시보다 최소 30배, 최대 1480배까지 상승했다.
불꽃이 만들어 내는 문제는 인간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동물 중 하나가 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로 거론되는 건 ‘조류 피해’다. 새들의 경우 주변에서 큰 소음과 빛이 발생할 경우, 기존 비행경로를 벗어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경로를 찾지 못하게 된다. 결국 방향을 잃고, 건물 등에 충돌해 떼죽음을 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10년 미국 아칸소주 비비에서는 새해 전야를 전후해 붉은어깨검정새 3000~5000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사체를 조사한 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단단한 물체 등에 부딪혀 발생한 ‘충돌 외상’으로 나타났다.
2021년 초, 대규모 불꽃놀이 이후 이탈리아 로마 한 도로에서 수백마리의 새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국제동물보호기구(OIPA)는 불꽃과 폭죽 소리에 놀란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른 뒤 서로 충돌하거나 건물·전선 등에 부딪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불꽃놀이로 인한 새 피해 지역과 대상도 광범위하다. 암스테르담대 바트 훅스트라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새들은 새해에 터지는 불꽃놀이에 최대 10km 떨어진 곳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정 연구 지역에서만 불꽃놀이로 40만마리의 새가 날아올랐다는 점도 확인했다.
집에서 함께 사는 개와 고양이도 예외는 아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유니텍 연구진이 지난 201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개와 고양이 3527마리 가운데 46%가 보호자가 알아차릴 정도의 불꽃 공포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들은 몸을 떨거나 파괴 행동을 보이는 등 적극적인 공포 반응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고양이는 숨거나 몸을 웅크리고 달아나려는 행동을 더 많이 보였다. 특히 응답이 확보된 923마리 가운데 51마리, 약 6%는 불꽃과 관련한 신체적 부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불꽃놀이의 부작용이 알려지며, 법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네덜란드는 올해 8월 1일부터 가장 위험성이 낮은 F1 등급을 제외한 소비자용 불꽃의 구매·소지·사용을 전국적으로 금지했다. 대기오염과 동물·환경에 미치는 피해가 규제 이유로 명시됐다.
아울러 새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 주변에 불꽃 사용을 제한하거나, 무분별한 개인 불꽃 대신 전문 행사를 특정 장소에 집중하는 대안도 제안되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인 ‘친환경 불꽃’이나 화약을 사용하지 않는 드론·레이저쇼도 대체재로 거론된다.
최윤형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는 “대형 불꽃 대신, 대기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대체 방법으로 예를 들어 드론 쇼나 빛의 축제와 같은 친환경적인 대체 행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불꽃놀이 전후의 대기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축제 후 오염된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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