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방해형 87.5%…은행 198건 최다
금감원·8개 협회 상시협의체 가동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동의하기’ 버튼은 눈에 띄는 색으로 크게 띄우면서 ‘동의 안 함’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게 배치한다. 선택적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팝업을 다시 띄워 한 번 더 동의를 요구한다. 신용카드 가입을 거의 끝낸 고객에게는 간편결제 등 다른 서비스 신청 화면을 끼워 넣어 필수 절차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전부 금융상품을 온라인으로 가입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교묘하게 유도하는 이른바 ‘다크패턴’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을 대상으로 자체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다크패턴 사례가 700건 넘게 확인됐다. 이에 금감원은 소비자의 오인을 유도하는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금융업계와 상시 대응에 나선다.
금감원은 9일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핀테크산업협회 등 8개 금융협회·중앙회의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들과 ‘다크패턴 예방을 위한 상시협의체’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4월 시행된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관련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에 따른 금융회사 자체점검 결과가 공유됐으며 주요 사례와 개선 방향 등이 논의됐다.
점검 결과 금융권 268개사에서 총 775건의 다크패턴 사례가 확인됐다. 은행이 198건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 159건, 카드 118건, 저축은행 91건, 생명보험 81건, 손해보험 63건, 캐피탈 4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소비자가 특정 선택을 하도록 화면이나 문구를 설계하는 ‘오도형’이 455건으로 가장 많았다. 해지·탈퇴 절차를 어렵게 하거나 중요 정보를 눈에 잘 띄지 않게 하는 ‘방해형’도 223건으로 집계됐다. 두 유형이 전체의 87.5%를 차지했다.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압박형’은 87건, 예상하지 못한 비용 지출을 유도하는 ‘편취유도형’은 10건이었다.
금감원은 자체점검에서 확인된 사례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도록 화면 구성을 개선하고, 이미 의사를 표시한 소비자에게 재차 선택을 요구하는 절차를 없애도록 했다.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노출되는 부수 상품·서비스 광고는 가입 완료 이후로 미루거나 삭제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업계의 혼선도 나타났다. 선택 버튼의 색상을 반드시 동일하게 해야 하는지, 서로 다른 색상을 쓰더라도 특정 버튼만 두드러지지 않으면 되는지 등을 두고 금융회사와 업권별 문의가 이어졌다.
금감원은 상시협의체를 통해 이 같은 해석 차이를 줄이기 위한 사례 중심의 질의응답(Q&A)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다크패턴을 예방하고 발견 즉시 고칠 수 있도록 내부통제 모범규준 등 자율규제 방안도 논의한다. 자체점검에서 확인된 775건의 시정 여부 역시 계속 점검할 방침이다.
김욱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 부원장보는 “금융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비합리적인 결정을 유도하는 다크패턴은 금융회사의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며 “금융업계 전체가 인식 전환을 통해 신속히 시정하고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크패턴 근절을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스스로 예방하고 시정하는 내부통제체계의 구축·운영이 핵심”이라며 상시협의체를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관련 방안을 논의하는 소통 창구로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소비자보호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해외 대체투자펀드 등의 심사 단계에 외부 전문가와 제조사를 참여시키고 투자위험이 높은 상품의 소비자 안내 주기를 최소 월 1회로 단축하기로 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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